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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고금리 기조에 소비·투자 둔화…수출 회복세"

우리나라 경제가 고금리 기조에 소비와 투자 모두 둔화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수출 회복세로 경기 부진이 완회되는 모습이라는 국책연구원의 진단이 나왔다.

KDI는 8일 발표한 '경제동향 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가 다소 둔화되는 흐름을 보였으나,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11월 전산업생산은 2.5% 늘며 반도체생산이 급증함에 따라 증가세가 점차 확대됐다.

광공업생산은 11월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높은 증가세를 보이던 자동차는 2.5%에서 -2.0%로 감소하였으나, ICT와 자동차를 제외한 부문은 -2.1%에서 –1.7%로 감소폭이 축소되는 등 다수의 부문에서 부진이 완화됐다.

반면, 내수와 밀접한 서비스업생산(1.9%)은 숙박⋅음식점업(-3.3%)과 도소매업(-1.5%)을 중심으로 낮은 증가세에 머물렀으며, 계절조정 전월대비로도 10월(-0.9%)과 11월 (-0.1%)에 감소하면서 다소 둔화되는 모습이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1.9%로 소폭 상승한 가운데, 재고율은 전월(123.2%)보다 낮은 114.3%를 기록하며 제조업의 회복세를 시사했다.

내수와 밀접한 서비스업 등의 산업은 고금리 영향으로 다소 부진하나,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갔다.

AI 서버용 반도체 수요의 확대로 반도체수출이 21.8%이나 반등하고, 친환경 자동차를 중심으로 자동차수출이 17.9%로 높은 증가세를 기록하며 수출 회복세를 견인하는 모습이라고 KDI는 분석했다.

총수출, 일평균 수출 및 수출물량지수
총수출, 일평균 수출 및 수출물량지수 [KDI 제공]

11월 설비투자는 -9.9%에서 -11.9%로 반도체 관련 투자를 중심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반도체 생산과 출하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재고가 높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반도체 투자와 밀접한 특수산업용기계(-21.0% → -23.9%)의 감소세가 확대됐다.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이후 자동차(-15.1% → -18.0%)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운송장비(-4.4% → -3.6%)의 부진도 이어졌다.

수입액 등의 선행지표가 감소하며 투자 수요가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임을 보여줬다.

건설투자의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관련 선행지표의 부진도 이어졌다.

11월 건설기성(불변)은 2023년 들어 부진했던 건설수주의 영향으로 전월(3.5%)보다 낮은 1.4% 증가했다.

건설수주와 주택착공이 각각 4분기, 7분기 연속 감소한 영향이 건설기성 증가세의 둔화로 나타났다고 KDI는 분석했다.

수출은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12월 수출은 전월(7.7%)보다 낮은 5.1%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조업일수(-2일)의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기준으로는 전월(7.7%)보다 확대된 14.5% 증가했다고 KDI는 말했다.

일평균 기준으로 반도체(32.6%)와 자동차(28.4%)가 양호한 흐름을 보인 가운데 이를 제외한 품목(8.5%)도 부진이 완화됐다.

국가별로는 성장세가 양호한 미국(11월 24.7%→12월 31.5%)으로의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인 반면, 같은 기간 기준으로 경기가 부진한 EU(3.6%→-12.9%)으로의 수출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對중국 수출(-0.2%→5.7%)중국의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반도체가 회복세를 보이며 부진이 완화됐다.

반면, 수입(-11.6% →-10.8%)은 에너지가격 하락에 기인하여 감소세가 이어졌다.
수출이 회복세를 보인 가운데 수입 감소세가 이어지며, 무역수지가 37.8억달러에서 44.8억달러로 흑자를 기록했다.

노동시장은 여전히 양호한 모습이나, 내수 둔화의 영향이 점차 파급되며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 증가폭이 축소됐다고 KDI는 분석했다.

11월 취업자 수는 서비스업의 고용 증가세가 둔화됨에 따라 전월(34만 6000명)보다 증가폭이 축소된 27만 7000명 증가했다.

제조업 부문은 7만 7000명에서 1만 1000명으로 감소폭이 축소됐으며 건설업은 1만 4000명에서 3만 2000명으로 증가폭이 확대되는 등 부진이 다소 완화됐다.

그러나 서비스업 부문은 38만 8000명에서 24만 9000명으로 증가폭이 둔화됐으며 내수 둔화의 영향으로 숙박⋅음식점업은 5만2000명에서 7000명으로 줄었으며 정보통신업은 7만 5000명에서 5만 4000명으로 증가폭이 축소됐다.

계절조정 고용률이 62.5%의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고용 여건은 여전히 양호한 것으로 판단되나, 상승세는 다소 둔화됐다.

소비자물가
[연합뉴스 제공]

12월 소비자물가는 품목 전반에서 물가상승세가 둔화되며 전월(3.3%)보다 낮은 3.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금리 기조에 기인한 수요 둔화로 서비스(2.8%), 공업제품(2.1%) 등 농산물(15.7%)을 제외한 주요 부문에서 상승폭이 축소됐다.

아울러 글로벌 원유 수요 둔화 우려와 미국의 석유 공급 증가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물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

두바이유가격(달러/배럴)은 11월 83.6에서 12월 77.3으로 내렸다.

농산물가격의 높은 상승세가 기상 여건 등 일시적 요인에 기인한바, 물가상승세 둔화 흐름은 유지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KDI는 말했다.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상승세(2.9% → 2.8%)도 소폭 축소되면서 기조적인 물가상승세가 완만한 속도로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KDI는 연체율이 일부 상승하였으나,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은 유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또 증권업과 저축은행의 부동산PF 연체율이 높은 수준이나, 자본비율이 규제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주택시장은 수요가 둔화되며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상승폭이 축소되었으며, 건설업체의 재무여건 악화로 향후 주택공급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KDI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