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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봇물' 규제완화에 서울 전역 정비사업 속도전

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 이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서 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활성화가 서울 등 도심지역의 주택 공급 확대에는 도움이 되는 반면, 한꺼번에 사업이 몰릴 경우 공급과잉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속도조절을 주문하고 있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14개 아파트지구를 폐지 또는 축소하기로 한 서울시는 이달 중 아파트지구였던 여의도 일대의 용도지역 상향과 복합개발 등을 골자로 한 개발계획(지구단위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말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최고 65층 높이의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되며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들어간 데 이어 역시 신속통합기획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한양아파트도 최근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종상향이 확정되면서 재건축을 본격화했다.

또 최근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 상태에서 정체돼 있었던 여의도 미성아파트가 다시 재건축 추진에 나섰고, 수정·삼익·은하·장미·화랑 아파트 등은 추진위 설립을 위한 동의서 걷기에 나서는 등 재건축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지은지 50년이 넘도록 재건축 사업에 진전이 없던 여의도 일대가 새 정부와 서울시의 적극적인 규제완화 덕에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양천구에서는 지난해 12월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합리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올해 1월 목동 신시가지 3·5·7·10·12·14단지 및 신월시영, 지난달 말 신시가지 1·2·4·8·13단지 등 12개 단지가 각각 무더기로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 첫걸음을 뗐다.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신시가지 9·11단지도 조만간 안전진단을 신청할 예정이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전체가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분위기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단지마다 재건축 준비위원회 등이 마련한 주민 사업설명회가 거의 주말마다 열리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목동 7단지는 지난 1월부터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동의서 징구에 나선 데 이어 지난 달 16일에는 소유자 대상 재건축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이어 이르면 이달 말에는 신탁 사업 방식과 조합 방식에 대한 비교 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목동 7단지 재건축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목동 택지개발지구만 해도 14개 단지 2만6천여가구의 재건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사업을 서두르지 않으면 재건축이 상당히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신속통합기획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정비구역 지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일대 30년 이상된 중층아파트도 단지들도 일제히 재건축에 나섰다.

5천500여가구가 넘는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가 지난달 안전진단을 통과했고 4천500가구에 육박하는 올림픽훼밀리타운도 1월에 안전진단 문턱을 넘었다.

잠실의 대표적인 부촌 아파트 단지인 아시아선수촌도 최근 안전진단 재추진에 나섰다.

재건축
[연합뉴스 제공]

노원구에서는 재건축 추진 단지가 밀집한 상계동은 물론 중계동으로 재건축 바람이 번져 안전진단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서울에서 안전진단을 추진중인 193개 단지 가운데 최근까지 38개 단지 약 6만가구가 안전진단을 통과한 것으로 추산한다.

사업 초기 단계지만 건설사와 신탁사의 수주 경쟁도 치열하다.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통과 전부터 일찌감치 직원이 찾아와 조합원 민심 잡기에 나섰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서울시가 올해 7월부터 시공사 선정 시기를 종전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기면서 시공사 선정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전문가들은 도심내 주택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J&K도시정비 백준 대표는 "지금 도시정비 시장은 지난 정부에서 과도한 규제로 사업이 억눌려있던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지나치게 과열되는 분위기"라며 "사업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시장에 단기 공급 과잉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전세난 등 후폭풍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속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공사비 갈등에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을 고려하면 정비사업을 추진하더라도 결국에는 사업 추진이 잘될 곳과 안 될 곳이 가려질 것"이라며 "다만 송파구 일대와 목동·여의도·상계동 등 대규모 재건축 추진 지역에서는 주변 전세·매매시장에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과거 5개 저밀도지구 재건축 때처럼 관 주도의 시기조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