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오바마 취임> 새 역사 팡파르 개막(종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취임식이 영하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20일 오전 수도 워싱턴 D.C.의 심장부에 위치한 의회의사당부터 내셔널몰에 이르는 대형 광장에 수백만명의 청중이 운집한 가운데 뜨거운 열기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취임식은 오전 10시30분부터 의회의사당 무대앞에서 식전 공연행사를 시작으로 막이 올랐으며 이에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전 9시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성 요한 교회에서 아침 예배를 본 후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 부부와 만나 담소를 나누며 취임식장으로 향했다.

관례에 따라 로라 부시 여사는 미셸 오바마 여사와 함께, 물러나는 부시 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신임 대통령과 각각 차량에 동승해 의사당으로 향했다.

검은 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와 흰색 드레스 셔츠를 받쳐 입은 오바마 대통령은 식장에 먼저 도착한 베이지색 투피스 정장차림의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만면에 미소를 띤 가운데 환호하는 청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취임식이 공식 개막되기도 전에 의사당 앞 내셔널 몰(국립공원)과 축하 행진이 열린 펜실베이니아 대로 일대는 그야말로 형형색색 인파와 성조기의 물결로 넘쳐나 장관을 이뤘다.

식전 공연행사에 이어 이날 오전 11시부터 전직 대통령들이 행사장 중앙무대에 착석했으며 이어 조 바이든 부통령 가족, 오바마 대통령 가족, 로라 부시 여사와 퇴임하는 딕 체니 부통령의 부인인 린 체니 여사의 순으로 소개되면서 무대 중앙에 올랐다.

이어 퇴임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 바이든 신임 부통령의 순서로 중앙 무대에 올랐고 신임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25분 열렬한 환호속에 중앙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취임식 행사준비위원장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의 개회사와 릭 워런 목사의 기도로 취임식은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이어 `소울 뮤직의 여왕'으로 불리는 가수 아레사 프랭클린 축가가 울려 퍼진 후 바이든 부통령이 단상에 나와 취임선서를 함으로써 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이날 오전 11시48분부터는 첼리스트 요요 마와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만, 앤서니 맥길(클라리넷), 가브리엘라 몬테로(피아노) 등으로 이뤄진 4중주단이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에어 앤드 심플 기프츠(Air and Simple Gifts)'를 연주했다.

4중주단은 유대인(펄만), 흑인(맥길), 히스패익(몬테로), 중국계(요요 마) 등 극명한 인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구성을 보여줘 화합과 통합의 이상을 구현했다.

중앙무대보다 윗편에 설치된 공간에서 연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바이든 부통령과 부인, 두 딸 등과 함께 상체를 돌려 공연을 감상하는 모습을 보였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이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소개하면서 로버츠 대법원장과 신임 오바마 대통령이 단상 앞으로 걸어나왔다.

부인 미셸 여사가 곁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께 로버츠 대법원장이 낭독하는 선서문을 따라 "나, 버락 후세인 오바마는 미 합중국의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하고 모든 능력을 다해 헌법을 수호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제44대 미국 대통령에 정식으로 취임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해군군악대의 `헤일 투 더 치프(Hail to the Chief)' 연주와 21발의 예포는 새 대통령이 탄생했음을 미국 전역에 알렸으며, 중앙 무대는 물론 무대 아래에 자리를 잡은 모든 참석자, 내셔널 몰을 가득 메운 수백만명의 인파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서 뜨거운 박수와 함께 성조기를 흔들고 환호성을 울리며 흑인대통령의 탄생을 축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 무대에 등장할 당시 사회자로부터 `버락 H. 오바마'로 소개됐지만 취임선서 때는 가운데 이름인 `후세인'을 정확히 살려 선서했다.

대선유세 때 가능한 한 `후세인'이라는 이름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제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표시하며 모든 인종과 종교, 세대, 남녀, 빈부의 차를 극복하고 통합의 리더로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취임선서에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18분에 걸쳐 `책임감'을 핵심 주제로 한 취임연설을 했다.

이어 시인 엘리자베스 알렉산더가 나와 축시를 낭독했으며 조지프 로워리 목사의 축하기도와 해병대밴드의 국가 연주로 취임선서 행사는 막을 내렸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의사당에서 오찬을 한 후 백악관 입성을 위한 펜실베이니아 대로 축하행진에 나섰다.

영하의 추운 날씨속에 한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진행된 취임식이었지만 미국 역대 대통령 취임식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고 모든 미국민에게 강렬한 인상과 함께 오랜 여운을 남긴 의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