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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치 하락에 신용위험 급등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과도한 불안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작년 말 1천200원대에 머물렀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천5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자금이 몰리면서 다른 통화들도 일제히 약세이지만, 유독 원화만 눈에 띄는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외환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위험은 다른 신흥시장 국가들에 비해 2배 가까이 큰 폭으로 급등했다.

◇ 신용위험 상승, 신흥국보다도 커

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3일 기준 4.65%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2.56%), 말레이시아(3.14%), 태국(3.15%) 등에 비해 높고 러시아(7.82%), 인도네시아(7.01%) 보다는 낮다. 멕시코(4.81%), 필리핀(4.76%), 러시아(4.28%)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신용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금융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던 작년 10월 말 6.99%까지 치솟았다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안정되기 시작해 올해 1월 9일에는 2.69%까지 내려갔다.

1월 이후 글로벌 금융불안이 재개되면서 CDS 프리미엄은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국제금융센터가 제공하는 12개국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컸다.

본격적인 상승세가 시작된 2월 9일부터 지난 3일까지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1.42%포인트나 치솟아 베트남(1.25%포인트)이나 멕시코(1.19%포인트), 인도네시아(1.12%포인트), 러시아(0.92%포인트), 필리핀(0.95%포인트), 브라질(0.80%포인트), 말레이시아(0.86%포인트)보다 상승폭이 컸다.

남아공(0.72%포인트)이나 태국(0.78%포인트)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2배에 육박했다. 중국은 상승폭이 0.47%포인트에 불과했다.

◇ 원화가치 하락, 세계 최고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급등한 것은 무엇보다 환율 불안이 원인으로 꼽힌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다른 통화들도 모두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원화 약세는 지나치게 과도한 수준이다.

달러화 대비 주요국 통화 절하율을 보면, 작년 말 대비 한국의 원화는 3일 기준 18.8%에 달해 뉴질랜드(14.9%)나 유로(10.2%), 호주(9.2%), 일본(8.2%), 싱가포르(7.7%), 대만(6.6%), 태국(4.0%), 영국(3.9%), 중국(0.2%), 홍콩(0.1%) 등 다른 통화보다 하락폭이 컸다.

3월 들어 외환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증시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월평균 코스피지수는 작년 12월 1,115에서 올해 1월 1,156, 2월 1,140으로 소폭 올랐지만, 이달 들어서는 1,000선 부근으로 급락했다.

다만,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코스피지수는 비교적 양호한 흐름이다. 전세계 30개 주요 지수가 작년 말부터 이달 3일까지 평균 11.82% 하락했지만, 코스피지수는 8.80% 떨어지는데 그쳤고 코스닥지수는 4.73% 상승했다.

국제금융센터 김동완 상황정보실장은 "작년 하반기에는 외화유동성 문제가 이슈였는데 이제는 시장의 포커스가 환율에 맞춰져 있다"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다른 나라보다 크고 환율도 큰 폭으로 오르면서 CDS 프리미엄을 끌어올리고 주식시장도 불안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