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30일 1,200원대로 폭락한 것은 국내외 주가 강세, GM대우의 선물환 계약만기 연장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환율이 1,100원대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비교적 완만하게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 환율 왜 폭락했나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58.7원 내린 1,282.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30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1월 7일 1,292.5원 이후 처음이다.
환율 급락은 국내외 주가 강세와 무역수지 흑자, 역외 세력의 달러매수세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데 따른 것이다.
우선 돼지인플루엔자(SI) 확산 우려에도 국내외 주가가 강한 오름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
코스피지수는 30.94포인트(2.31%) 오른 1,369.36에 장을 마쳐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고,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5천747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는 시장에 달러 매도물량을 공급하기 때문에 환율에 하락요인이 된다.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 행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월말을 맞아 수출업체들이 달러 매물을 내놓은 점도 낙폭을 키웠다.
이처럼 환율 하락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자 역외 세력이 공격적으로 매물을 내놓으면서 하락세를 주도했다고 시장 참가자들은 분석했다.
전날 GM대우의 선물환 계약만기가 연장된 점도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요인이 됐다. 5~6월에 GM대우가 체결한 선물환 계약 8억9천만 달러의 만기가 돌아올 예정으로, 계약을 이행하려면 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외환 수급에 상당한 부담이 돼 왔다.
신한은행 홍승모 차장은 "역외 세력이 달러 매도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낙폭이 커졌다"며 "1,320원선 부근에서는 수입업체 결제수요가 나오면서 어느정도 하락세를 제한했는데 이후 별다른 매수세가 없다보니 크게 밀렸다"고 분석했다.
◇ 환율 더 내려간다
경제 전문가들은 앞으로 환율이 1,10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로는 ▲세계경기가 회복되면 한국으로 투자가 몰리고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며 ▲이는 외채와 외환보유고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 등을 꼽았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튼튼한 한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한국의 수출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괜찮은 편"이라고 밝히고 "이는 한국의 수출이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세계경제가 회복될 경우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환율이 큰 폭으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의 급격한 환율하락은 한국의 외채에 대한 과도한 불안이 되돌려지는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임지원 JP모건체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에는 1,200원까지 내려가지만 그 아래로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환율 하락은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이는 외환수급에 다시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무역수지.경상수지는 거의 최고치 수준이라는 점에서도 앞으로 환율은 가파르지 않고 완만하게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