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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바보’, 아련한 추억의 향기 느껴지는 드라마 ‘아날로그 감성을 디테일하게~’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한 드라마 KBS 2TV 수목드라마 '그바보'('그저 바라 보다가' 극본 정진영 김의찬/ 연출 기민수)가 종영을 한 주 앞두고 네티즌들의 연장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불륜도 없고, 불치병도 없고, 출생의 비밀, 절대 악역 같은 것도 없다. 한 마디로 '그바보'는 소위 말하는 '막장 코드'는 하나도 없는 '무공해 청정' 드라마로 요즘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잔잔함'이 작품에 배어있다.

그런데도 '그바보'는 시청자들을 부드럽게 사로잡는 강한 힘을 보여주며 더욱 작품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바로, '아련한 추억의 향기'의 힘이다.

따뜻한 시선으로 섬세한 웃음 코드를 잡아내며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완소 드라마 '그바보'는 톱스타와 평범남이 사랑을 하게 된다는 판타지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극 전체 구석구석에 소소한 추억거리를 담아 시청자들을 옛 추억의 향수에 젖게 하고 있다.

일례로 '그바보'에는 유독 게임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소쿠리 축구, 오목, 알까기, 돼지씨름을 비롯해 말장난감 경주, 뱀주사위 놀이 등 어렸을 적 한 번쯤 해봤을만한 아날로그 게임들이 나오는가 하면 딱지, 공기, 구슬, 스프링 등 추억의 장난감들이 가득한 동백의 낡은 상자와 찌찌뽕으로 웃음을 나누는 주인공들을 통해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지난 11일 방송됐던 14회에서는 동백(황정민 분)이 상철이(백성현 분)를 등목을 시켜줌으로써 시원한 추억에 젖게 하기도 했다.

또, '그바보'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추억의 노래가 나오면서 시청자들도 향수에 젖게 한다. 어렸을 적 동백이 아버지가 불러주면 좋아했다는 동요 '우체부 아저씨'와 지수에게 힘이 되어주는 노래 '오버 더 레인보우', 동백과 지수(김아중 분)가 함께 듣는 '알라딘' 주제곡이 그 노래다. 동백의 추억의 노래 '우체부 아저씨'는 곧 지수의 노래가 되고, 지수의 노래 '오버 더 레인보우'와 '알라딘'은 또 동백의 가슴에 남는 노래가 된다.  

이번 주 방송됐던 '그바보'에서는 동백이 다니는 우체국의 국장(윤주상 분)의 첫 사랑 스토리가 나오면서 주연들뿐 아니라 조연들의 추억까지 디테일 있게 살려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렇듯 '그바보' 에는 추억의 게임, 추억의 노래, 추억의 단어, 옛사랑의 추억이 있으며 등장 인물들은 각자의 소중한 추억을 나누고 애틋하게 담아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가고 시청자들 역시 그 추억을 공유하게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구동백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우리에게는 추억이라는 점이다. 물질만능주의에 젖은 현재에도 고등학교 입학식 선물로 받은 '찍찍이 지갑'을 사용하는 구동백은 오고가는 마음과 추억을 더 소중히 생각하고 중요시 여기는 순수함의 결정체다.

'그바보' 극본 집필을 맡은 정진영, 김의찬 작가는 "우리가 구동백을 세상에 내보내고 싶어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시청자들을 조금 쉬어가게 하면서 여유와 따뜻함을 전해주기 위함이었다. 시청자들이 구동백을 보면서, 우리 드라마를 보면서 옛 감성으로 따뜻함을 찾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라고 전하며, "작품이 끝나고 오랜 시간 뒤에도 시청자들이 그바보를 오래도록 기억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깊은 속내를 밝혔다.

KBS 2TV '그바보'는 수, 목 밤 9시 55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