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대우건설 다시 매물로..누가 인수할까>(종합2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결국 대우건설의 풋백옵션을 해결하지 못하고 포기를 선언했다.

한 때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잇따라 인수하며 '인수합병의 귀재',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원대한 꿈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결국 '대우건설 재매각'이라는 허무한 결말로 끝나고 말았다.

대우건설은 이제 새 주인을 찾은 지 3년만에 또다른 주인의 품으로 팔려갈 처지에 놓였다.

◇ M&A '덫'에 걸린 금호아시아나 = 사옥과 금호생명 등 주요 계열사까지 매각하며 대우건설 구하기에 나섰던 금호아시아나가 결국 3년만에 대우건설을 되파는 것으로 손을 들고 말았다.

인수 기업을 3년만에 시장에 내놓는 것은 최근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매각은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로 번지면서 주요 기업과 금융권이 자금난을 겪게 된 게 주요 원인이 됐지만, 재무적 투자자를 무리하게 끌어들여 몸집 불리기에 나선게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

금호아시아나는 온갖 특혜논란 속에 2006년 12월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당시 알려진 인수 가격은 6조4천억원이었고, 금호아시아나는 부족한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18개 금융기관에서 3조원 가량을 빌렸다.

이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는 채권단에 담보로 대우건설 주식에 풋백옵션(매도 선택권)을 제시했는데, 결국 이 풋백옵션은 3년 내내 금호아시아나를 괴롭히는 원인이 됐다.

채권단에 제공한 풋백옵션 행사가격은 주당 3만2천원인데,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이에 미치지 못하면 주가 차액만큼을 금호아시아나가 채권단에 보상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침체로 대우건설 주가는 한때 6천원 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회복됐지만, 지난주 종가는 풋백옵션 기준가에는 한참 못미치는 1만2천850원이다.

올해 말 채권단이 풋백옵션을 행사하면 금호아시아나는 4조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한데,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금호생명을 매각하더라도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2조원 안팎이다.

연말까지 경기 상황이 불투명한 데다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도 고유가로 적자에 빠져 있고, 대우건설도 미분양과 해외 건설 경기 악화로 여려움을 맞고 있어 주가 회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에 이어 대한통운을 4조1천억원에 인수하며 단숨에 재계 7위 그룹으로 도약했지만, 빚을 내 몸집불리기에 나선 대가는 혹독했던 것이다.

적지 않은 금융비용을 갚느라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은 물론, 계열사들까지 각종 루머에 휩싸이는 등 인수합병의 후유증에 시달렸다.

대우건설 매각 후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계 순위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전망이다.

결국 호경기게 뜨겁게 달아오른 인수합병 시장에서 경기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무리하게 투자자를 끌어들여 몸집 불리기에 나섰던 게 화근이 된 셈이다.

◇ 대우건설 호(號) '어디로' = 대우건설이 3년만에 다시 매물로 나옴에 따라 이 회사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측은 "구체적인 매각 방식은 주채권은행과 매각 자문사 등과 협의를 해봐야겠지만 대우건설에 관심있는 제3의 인수자와 산업은행 사모펀드(PEF)중 유리한 곳에 회사를 넘기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일단 금호가 대우건설을 최대한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제3의 인수자 찾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시장상황이 좋지 않지만 제3의 인수자를 찾는다면 산업은행의 사모펀드(PEF)에 넘기는 것보다는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의 경우 2008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1위의 종합건설업체로 토목, 플랜트, 건축, 주택 등 다방면에서 건설업계를 리드하고 있어 건설 계열사가 없거나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회사를 중심으로 관심을 보일 수 있다.

현재 대우건설 인수 가능 기업으로는 당사자 의사와는 무관하지만 LG그룹과 포스코그룹, 롯데그룹, 효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LG그룹의 경우 얼마 전에도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선언한 바 있지만 3년 전 GS그룹과 계열 분리 당시 상대방의 주력사업에 진출할 수 없도록 한 신사협정이 다음달 1일부터 해제되기 때문에 건설업 진출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또 포스코, 롯데그룹, 효성 등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각각의 계열 건설사가 하지 못하는 플랜트, 원자력발전 등 대형 공공공사 수주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관심을 보일 것으로 업계는 예측한다.

하지만 최근 경제여건과 시장상황이 나빠 과연 덩치가 큰 대우건설을 '빚을 내' 살 기업이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

만약 제3의 인수자가 나서지 않으면 결국 대우건설은 산은의 사모펀드로 팔려간 뒤 또다른 인수자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추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경영권을 사모펀드로부터 다시 넘겨받는 우선매수권 '바이백(Buy-back)' 옵션이 적용될 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국내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해외 투자자에게 매각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 금호아시아나 유동성 위기 벗어날까 =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어느 쪽에 팔든 매각에 따른 손실이 따를 전망이다.

금호가 자산관리공사로부터 대우건설을 인수한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주당 2만6천262원이었며 당시 대우건설의 주가는 1만8천원 안팎이었다.

반면 금호가 대우건설을 팔아야 할 시점인 현재 대우건설의 주가는 1만3천원에도 못미친다.

또 건설경기가 2006년처럼 좋지 못하고, 또다른 대형 건설사인 현대건설도 매각을 앞두고 있어 인수대금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3자 인수든, 산은의 사모펀드든 금호가 대우건설을 샀던 가격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손절매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 논란의 원인이 된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 해결을 위해 결국 대우건설을 팔기로 했지만 유동성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우건설 주가가 올 연말까지 3만2천원으로 오르지 않으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매각 대금으로 풋백옵션을 해결해야 한다.

지분 전량(72%)에 경영권 프리미엄(20%)을 얹어서 팔더라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은 대우건설 주가를 감안하면 3조6113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대우건설 주가가 오르지 않는 한 금호생명을 포함해 자구안으로 내놓은 매물을 추가로 팔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렇게 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큰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측의 손실을 줄이는 길은 대우건설의 매각 대금과 대우건설 주가에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대우건설 자체만 놓고보면 기업 가치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다 대한통운이 그룹의 현금 창구 역할을 하고 있어 전체적인 현금 흐름은 양호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금호아시아나의 매각 발표에 당황스러워하면서도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그동안 대우그룹의 몰락과 워크아웃, 금호로 인수되기까지 풍파를 많이 겪어서 그런지 직원들이 크게 동요하지는 않고 있다"며 "매각을 떠나 회사 자체 기업가치는 충분하기 때문에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