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의 형제경영 전통이 25년 만에 막을 내렸다.
현재 그룹을 이끄는 박삼구 그룹 회장이 명예 회장으로 경영 2선으로 물러나고, 이 자리에는 항공부문 부회장인 박찬법 부회장이 승격 추대됐다. 또 박찬구 석유화학부문 회장이 해임됐다.
박삼구 그룹 회장과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은 금호아시아나 그룹 창업주인 故 박인천 회장의 3남과 4남이다. 박찬법 항공부문 부회장은 40년 넘게 금호 그룹에서 근무한 전문경영인이다. 이로써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오너 경영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뀐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28일 오전 그룹 경영위원회를 개최, 박찬법 항공부문 부회장을 5대 그룹회장으로 추대했다. 박삼구 현 그룹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난다. 또 이날 열린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에서 박찬구 대표 이사 해임안을 가결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는 지난 27일 가족회의에서 박삼구 회장과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의 동반 퇴진을 결정한 바 있다.
가족회의에서는 그룹일가의 동의 없이 석유화학부문 지분을 늘린 박찬구 회장의 돌발 행동과 앞으로의 대응 등이 논의됐다. 이 와중에 박삼구 회장은 자신과 동생 박찬구 회장의 동반퇴진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은 최근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석유화학부문 지분을 대폭 늘려, 금호가 대주주 지분 균등비율을 깨뜨려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박찬구 회장이 지분을 사들이기 전까지 박삼구 회장 부자와 박찬구 회장 부자는 각각 10.01%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박찬구 회장 부자의 지분율은 18.47%이고, 박삼구 회장 부자의 지분율은 11.77%로 무게 중심이 동생 박찬구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
이에 박삼구 회장은 28일 오후 5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박찬구 회장이 공동경영 합의를 위반하는 등 그룹경영의 근간을 뒤흔들어 그룹의 발전과 장래를 위해 해임조치를 취했다"라며 "동생을 해임하게 된 것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본인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은 그룹에 대한 본인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는 것이며, 그룹을 살리고 일사불란한 경영체제를 유지하고자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라며 "박찬법 새 그룹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의 새로운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고 퇴임 소회를 밝혔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측은 "금호석유화학 중심의 그룹 지배구조 개선작업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의 순조로운 이행을 하고자 그룹 총수가 오너 일가의 경영 퇴진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찬법 제5대 그룹회장의 취임식은 31일 금호아시아나 1관 금호아트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