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올 3분기 후발 업체들과 격차를 확대하며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2004년 1분기(본사기준)를 넘어선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에는 반도체와 LCD 등 부품 부문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기준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것은 2006년 4분기(1조6천610억원) 이후 11분기 만이다.
삼성전자가 4조100억원으로 최대 영업이익(본사 기준)을 낸 2004년 1분기에 반도체는 1조7천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통신(1조2천570억원) 부문과 함께 실적을 주도했다.
특히 반도체는 2004년 2분기에 사상 최대인 2조1천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체 분기 영업이익(3조7천730억원)의 57%를 차지하기도 했다.
영업이익률 43%라는 경이적인 숫자에서 볼 수 있듯 당시 반도체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D램 시장이 출혈 경쟁에 말려들면서 최근 2년간 반도체 부문은 휴대전화 등 통신과 TV 부문에 바통을 넘겨주었다.
올 1분기에는 6천7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주요 사업 부문 중 가장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캐시카우에서 적자사업으로 추락한 반도체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올 2분기다. 2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2천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과거와 비교하면 평범한 실적이지만, 전분기 6천700억원의 적자를 고려하면 한 분기 만에 9천100억원의 이익을 더 낸 셈이었다.
3분기 1조1천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더하면 두 분기 만에 반도체 부문은 2조원대의 이익을 창출했다.
물론 이 같은 실적 호전에는 올 1분기 80센트대에 머물렀던 D램 주력 제품의 고정거래 가격이 최근 2달러를 넘어선 영향이 컸지만 2달러 중반까지 올랐던 2008년 2분기와 비교하면 높은 가격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두 분기 만에 2조원 안팎의 큰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치킨게임'으로 불리는 출혈경쟁으로 대만, 일본업체들이 가동률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사이 시장지배력을 넓힌 게 주효했다.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대만의 난야테크놀로지는 28억700만 대만 달러(1천2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이노테라도 21억3천만 대만 달러(77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영업이익률은 각각 -24.4%, -22.3%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15%다.
난야테크놀로지는 올 2분기에도 52억3천200만 대만달러(1천9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에 적자 규모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2분기 이후 D램가격이 상승했음에도 적자는 계속됐다.
지난달 4분기(자사 기준 회계연도. 6.5~9.3) 실적을 내놓은 미국 마이크론도 4천900만 달러(57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일본 최대 D램 업체인 엘피다는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률은 0.5%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3분기를 정점으로 대만, 일본의 후발업체들과의 격차가 확연하게 벌어졌다고 보고 내년에 5조5천억원 이상을 반도체 시설 투자에 사용하기로 했다.
경쟁업체들이 투자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40나노, 30나노급 미세공정 을 강화하고 차세대 D램인 DDR3 시장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부문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전망도 일단 긍정적이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DDR3 D램 덕분에 올 3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이 41%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2010년 40나노 공정전환과 안정적인 수율이 확보되면 삼성전자의 설비투자 규모에 따라 시장가격과 판매가격이 결정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