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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연탄길', 찢어진 나비의 날개가 되어주는 뮤지컬

"날개가 찢어져 바닥에 떨어진 나비가 있었다. 어린 아이는 그 나비의 날개에 풍선을 달아주었다. 그랬더니 나비가 다시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었다" 

이는 뮤지컬 '연탄길'을 시작하기 전 해설자가 전하는 말이다.

베스트 셀러인 이철환의 소설 '연탄길'에서 6개 에피소드를 따와 4막으로 만든 옴니버스 형식의 뮤지컬 '연탄길'이 공연된 지 한달째 되는 날 명보아트홀을 찾았다. 창작뮤지컬이고, 주일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은 어린 아이에서 60-70대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연령대를 초월하는 관객들로 꽉 차 있었다.

신촌을 배경으로 중국집 '신촌반점'에서 탕짜면 하나 시켜놓고 나눠먹는 오누이, 되는 일 없고 술에 쩔어 살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비오는 날 지붕위에 올라가 비를 막아주는 아비, 남편을 잃고 삼십년 동안 청소부로 일하며 딸을 교수까지 뒷바라지해준 어머니, 친구에게 돈 빌리러 온 세 아이의 아버지, 눈 하나 없는 딸에게 눈 이식을 시켜주기 위해 지금부터 오른 눈 없이 사는 연습을 하는 샛별의 엄마...

어찌보면 바로 우리 주위에서 늘 벌어지는 일, 더 나아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극히 평범한 소재로 극히 평범하지 않은 사랑과, 우정과 가족애를 전하는 '연탄길'은 단순한 웃음코드가 아닌 진한 감동을 선사하는 가슴 따신 뮤지컬이라겠다. 더우기 극에 따라 캐릭터에 맞는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며 여러 가지 매력을 발산하는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연기, 배우들의 폭발적이고 시원시원한 가창력은 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귀까지 즐겁게 한다. 게다가 크고 화려하게 꾸미지지 않은 무대였지만 적절한 소품으로 이야기 전개와 이해를 잘 도왔다.

그래, '연탄길'은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보탬이 되어주고 위로가 되어주고 기댈 언덕이 되어주는 공연이었다.

'나'도 누군가의 '날개'가 되어주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