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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英, 마약사범 사형으로 외교대립

중국이 영국정부의 거듭된 요청에도 29일 마약 밀매 혐의를 받던 영국인에 대한 사형을 집행해 양국 간 치열한 외교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당국이 2007년 헤로인 4㎏을 소지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영국인 아크말 샤이크 씨(53)에 대해 이날 오전 사형을 집행했다고 확인했다. 5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에서 유럽인이 사형된 것이다.

앞서 영국정부는 지난 6개월간 10차례에 걸쳐 고위 당국자 접촉 등을 통해 사형판결에 이의를 제기했다. 고등 브라운 영국 총리는 직접 서한을 보내 우려의 뜻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이번에 샤이크 씨가 중국에서 사형을 당하자 영국정부는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영국 외무부는 주영 중국대사를 소환해 항의하는 한편, "영국 정부와 샤이크의 친척들이 그의 정신 상태가 불안정하며 뜻하지 않게 범죄에 연루됐다고 주장하며 감형을 호소했으나 중국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브라운 총리도 "사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충격과 실망감을 느낀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 국민 수십 명은 이날 런던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영국의 비난에 중국도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장 대변인은 "중국은 법치국가로서 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고 있어 외부 세력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며 "영국의 이유 없는 비난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중·영 관계를 중시하며 개별적인 형사사건이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장애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영국은 이성적으로 대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두고 일각에서는 아편 전쟁과 얽힌 영국과 중국 간의 역사적 감정싸움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환추스바오(環球時報)의 영자 신문 '글로벌 타임스'는 "아편전쟁의 어두운 기억이 떠오른다"며 중국이 영국의 요청을 거절한 데는 170년 전 영국과 중국 사이에 아편을 둘러싸고 벌어진 아편전쟁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 사건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에서 영국이 회이 무산의 책임을 중국에 돌려 발생한 양국 간 외교 갈등의 연장선이라고 보는 분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