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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美 경제 더블딥 가능성 높아”

경기회복 신호에도 전문가들은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장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올해 미국의 더블딥(이중 침체) 가능성을 다시 강조했다.

전미경제학회(AEA) 연례 총회 참석을 위해 애틀랜타를 방문 중인 크루그먼 교수는 4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로 빠져들 가능성이 30∼40%"라며 "이는 그리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경기 침체에서 탈출하고자 동원한 경기 부양책을 거둬들이기 시작하면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의 채권 매입 중단, 오바마 행정부의 7천870억 달러 경기부양책 축소, 기업들의 생산 투자 감소 등이 두 번째 침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 연준이 예정대로 오는 3월에 1조2천5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담보부증권(MBS)과 1천750억 달러 규모의 기관채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하면 모기지 금리 인상과 주택 판매 및 주택 가격 감소를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연준이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면서 모기지 금리를 1% 인상시키면, 경기 회복세를 방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해 4분기의 4%대 성장률이 기업들의 재고 확충 노력으로 부풀려진 것이라며, 올해 전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그는 올해 실업률이 연초보다 연말에 더 높을 수 있다고 전망, 미국 경기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인 실업사태는 올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경제학자들도 "최악의 시기가 지났다"는 금융업 종사자들과 미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에 반박하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전미경제연구소(NBER) 의장을 지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하루 전인 3일 AEA 연설을 통해 올해 경기부양책 규모가 지난해보다 감소하면서 미국 경제 성장이 지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펠트스타인 교수는 지난해 실시한 경기부양책과 줄어든 세수로 늘어난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경제 확장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정 적자가 세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물가 인상을 야기하는 부가가치세 인상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같은 날 AEA 연설에서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콜롬비아대 교수도 미국 경제가 단기간에 견고한 성장세 회복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스티글리츠 교수는 경제학자들이 금융위기 발생 과정에서 일정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앞으로 올바른 이론을 정립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며 경제학자들의 반성을 촉구했다.

그는 "경제학자들은 주요 이론에서 결점을 드러냈던 금융위기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경제 참여자가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금융시장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은 결점이 많은 전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택가격 거품에 따른 시장악화를 예로 들며 "주택가격 거품도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이론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하고 "주택 소유자들과 투자자, 금융회사들은 '비이성성'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