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우리證, 英·美 선진국 국채도 불안

우리투자증권은 투자자들이 과거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던 영국과 미국 등의 선진국 국채에 대해 부도가능성을 점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생한 민간의 부실을 각국 정부가 떠맡으면서 재정적자 부담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일 신환종 우리증권 크레디트애널리스트는 '선진국 국채 위기의 배경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발생한 두바이와 그리스 국채 위기에 이어 유로존과 미국 국채 시장도 불안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최근 유럽 주요 15개국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를 대표하는 지수(SovX)는 125개 유럽 투자등급 기업의 CDS를 나타내는 지수(Itraxx Europe)를 하회했다. 투자자들이 독일, 프랑스, 영국 등 15개 유럽국가 국채의 부도 가능성을 유럽의 투자등급 회사들 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CDS가 AAA등급을 보유한 영국의 CDS보다 낮아지는 등 대표적인 안전자산 선진국 국채시장이 위협받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신 애널리스트는 "민간에서 발생한 부실을 선진 각국이 초강력 경기부양책으로 대응하면서 정부의 재정적자가 급격히 확대됐기 때문"이라며 "민간 부문의 리스크가 상당부분 공공부문으로 전이되면서 '소버린 리스크(Sovereign Risk)'가 점화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 선진국에서 디폴트에 빠진 사례는 없지만, 자산 버블 붕괴가 선진국에서 발생해서 이 지역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는 점에서 선진국의 채무상환 능력과 의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후 빠른 경기회복을 기대하기가 어려워 선진국 재정적자 부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자 국채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 애널리스트는 "선진국 중 'AAA'인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크다"며 "영국채가 등급 하락된다면 글로벌 금융 시장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물론 AAA 국가들은 현재도 저리의 대규모 자금을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우수한 자금조달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대규모 공공부채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재정수입 대비 이자지급비용오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게 신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신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대규모 공공부채가 줄어들지 않고 금리 정상화에 따라 이자지급비용이 크게 증가한다면, AAA 국가들이 보유한 자금조달 능력은 크게 약화되면서 국채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는 국채가격 하락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 애널리스트는 영국의 AAA 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의 신용등급 AAA가 단기간에 하향 조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미국과 영국은 우수한 노동력과 다양한 산업의 존재, 글로벌 경쟁력, 혁신 능력 등의 경제적 조절 능력에서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은 여전히 국제적인 제도를 만들고 리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미국의 채무는 상당부분 달러로 되어 있어 발권력에 따른 채무를 스스로 줄여갈 수 있는 능력이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