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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컨테이너선 10척과 유조선 9척 등 총 19척을 17억 달러(2조원)에 계약하며, 하반기 수주를 개시했다. 10척의 컨테이너선은 대만 에버그린 사로부터 10억3000만달러에, 9척의 유조선은 동남아 소재 선사에서 6억7000만달러에 수주한 물량이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중공업은 올해 총 51척, 50억 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 연간 목표치인 80억 달러의 63%를 확보하게 됐다.
대만 에버그린 사로부터 수주한 8000TEU급 컨테이너선은 지난 2008년 7월 이후 2년 만에 세계적으로 처음 발주되는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다. 이에 발주를 두고 벌크선과 유조선에 이어 컨테이너선 시장 회복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회사 측은 "공산품을 운반하는 컨테이너선의 발주 재개는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실물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라며 "컨테이너선 시황을 가늠할 수 있는 운임지수 역시 연초 대비 80% 가량 상승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시황분석기관인 알파라이너도 최근 "운항을 못하고 있는 유휴 컨테이너선은 작년 말 전체 컨테이너선의 12%인 580척에 달할 정도로 최악이었지만, 현재는 2.8%로 급속히 시황이 호전되고 있다. 특히 5000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은 단 3척만 계류돼 있는 상태"라고 밝히기도 했다.
즉 유럽 및 북미항로를 중심으로 물동량이 급증하고 있어 대형 컨테이너선 부족사태가 발생하고 있으며, 선박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발주를 해야 할 적기라고 판단하는 선사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8000TEU급 컨테이너선 가격은 클락슨 기준으로 올해 초 8,600만 달러에 형성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에버그린 사가 척당 1억 달러 이상에 발주할 정도로 가파르게 선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에버그린 사의 한국으로의 거래선 변경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에버그린 사는 지난 1994년부터 16년간 47척의 선박을 전량 일본 업체에게 발주해 왔었다.
회사 측은 "대형선박 건조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한국으로 거래선을 변경한 것은 국내 조선업계로서는 고무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며 "비즈니스 파트너를 바꾸지 않는 에버그린 사의 발주경향을 볼 때 추가수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삼성중공업 노인식 사장은 "작년에는 컨테이너선 발주문의가 한 건도 없었지만, 이번 에버그린 사 컨테이너선 외에도, 싱가폴·홍콩·남미·그리스 등 의 해운사로부터 입찰요청이 많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한편, 에버그린 사는 97척의 선박을 운용하고 있는 세계 5위의 컨테이너 전문선사지만, 8000TEU급 이상 대형선박은 한 척도 갖고 있지 않아 그간 시장확대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에 따라 에버그린 사는 삼성중공업에 발주한 10척의 컨테이너선을 포함, 2015년까지 총 100척의 컨테이너선을 발주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업계는 에버그린 사 장영발(83세) 회장이 살아 있는 동안 에버그린을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선사로 키우겠다고 한 장기계획의 일환으로 바라보고 있다.
*용어설명
TEU : Twenty-Foot Equivalent Unit(20피트 컨테이너 적재단위) 8000TEU 컨테이너선이란 20피트(6.1m)짜리 컨테이너 8천개를 실을 수 있는 선박을 의미한다. 컨테이너선은 1988년 4000TEU급이 출현 한 이후, 운항효율 및 비용절감을 위해 한 번 운항에 더 많은 짐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대형 컨테이너선이 선호되고 있는 추세이며, 2004년부터 8000TEU급 대형선박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