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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회장 사의…전경련 차기 회장은?

전경련은 6일 조석래 회장(75세, 사진)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검진시 담낭에 이상이 발견됐고 수술후 요양치료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회장은 실제 최근 공식일정중 일부를 수행하지 못하기도 했다.

조 회장의 건강이상설은 지난해부터 제기돼 왔다. 전경련 회장으로서 1주일에 한 번 참석하는 수요보고회의에도 자주 불참 통보를 보냈다. 전경련 일부 간부들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장실이 아닌 공덕동 효성빌딩에서 보고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사의가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과 삼남 조현상 전무의 미국 내 불법부동산 취득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와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측근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건강검진에서 갑자기 종양이 발견되면서 가족조차 놀라고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조 회장은 그간 민간 경제외교 사절로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유럽FTA 등 굵직한 현안의 성사를 위해 총 130일간 30회에 걸쳐 7바퀴 돌며 의욕적인 경제외교를 펼치며 피로가 누적됐다고 측근은 전했다.

◆ 차기 회장 선임 작업 난제

내년 2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조 회장의 사의 표명으로 차기 전경련 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재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경련은 회장이 도중 하차했을 경우 부회장단 중에 직무 대행을 맡긴다. 그동안 나이가 많은 연장자 우선순서에 따라 회장직 수락 여부를 물어왔다.

전경련 관계자는 "앞으로 상당기간 정병철 상임 부회장 체제로 갈 것"이라며 "회장 직무대행 추대 등 향후 일정은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차기 회장 선임이 쉽지 않다는 부분이다. 근래에 전경련 회장 추대 때마다 선뜻 나서서 맡으려는 총수가 없어 진통을 겪어왔다. 2007년 강신호 전 회장 후임자를 뽑을 때도 회장단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수차례 요청했으나 본인이 사양했고 결국 수차례 회의 끝에 연장자로 꼽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을 추천했다.

현재 전경련 부회장단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17명이다. 이들 가운데 1938년생인 정몽구 회장과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이 72세로 최연장자다.

관례대로라면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차기 회장 물망에 오르겠지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성사 가능성은 낮다.

이건희 회장은 본인의 건강 문제나 퇴진 23개월 만인 지난 3월 복귀에 대한 여론의 달갑지 않는 시선이 부담이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기아차 그룹의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기도 벅차다는 입장이다. 구본무 LG 회장은 지난 98년 대기업간 빅딜 과정에서 LG반도체를 당시 현대전자(현 하이닉스)에 넘기도록 결정한 전경련 중재안에 반발해 10년 넘게 거리를 두고 있으며, 최태원 SK 회장은 연륜을 중시하는 재계 풍토상 회장직에 나설 만한 형편은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또한 이건희 회장과 구본무 회장은 전경련 회의에 전혀 참석하지 않고 있으며 4대 그룹 중 비교적 젊은 최태원 회장 외에 정몽구 회장이 그나마 1년에 한두번 얼굴을 내비치는 정도다.

이준용 회장의 참석률은 높은 편이지만, 이 회장은 대림그룹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밖에 한화 김승연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강덕수 STX 회장,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허창수 GS 회장 등도 거론되고 있다.

전경련은 오는 9월 정례 회장단 회의 이전에 회장단을 포함한 회원사 및 재계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해 새 회장을 추대할 방침이다.

새로운 사옥건립 및 경기 부양, 일자리 창출, 노사관계 선진화, 한미 FTA 등 재계 현안뿐 아니라 올해에는 G20 정상회의와 비즈니스 서밋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전경련으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후임을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