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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경총 회장직‘空席’ …재계,리더쉽 부재 우려 높아

결국 재계 수장 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전경련 회장단은 15일 오후 6시30분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삼성그룹 영빈관 승지원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으나 전경련 차기 회장 선임에는 실패했다.

회장단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전경련 회장직을 맡아달라는 의사를 전했으나 이 회장은 말없이 웃음만 지어 보일 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날 회장단은 만장일치로 이 회장을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했었다. 전경련 회장단은 이날 이건희 회장에게 회장직 수락을 받아내 재계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르면 8월 임시총회를 열어 새 회장으로 선임할 계획이었다.

회장단은 삼성이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인 데다 G20 정상회의와 비즈니스 서밋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국제적 인물로도 이건희 회장이 가장 적합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 회장은 그동안 여러 번 회장직 제의를 거절했었다. 이 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날의 회동은 이 회장이 경영복귀에 따른 인사차원에서 전경련 회장단을 초청해 이루어졌다는 것이 삼성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또다시 회장 선임에 난항을 겪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도 적임자로 꼽히지만 본인이 외부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회장직 수락은 희박하다. 물론 최태원 SK 회장도 4대 그룹에 포함돼 있지만 고사하고 있다. 이 밖에 조양호 한진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허창수 GS 회장, 강덕수 STX 회장 등도 후보군에 거론되고 있으나 모두가 회장 자리를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총 역시 올 2월 이수영 경총 회장(OCI 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뒤 5개월째 회장직이 공석 상태다. 타임오프제 시행으로 노사갈등이 첨예한데다 내년부터는 복수노조 시대를 맞이하면서 더욱 노사간 새로운 갈등이 표출될 전망이고 보면 경총 또한 사용자측 입장을 명쾌하게 조율내지는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경총 회장직도 아직 오리무중이다. 이희범 STX에너지 회장에게 회장직을 부탁했으나 거절당한 상태로 지속되고 있다. 그나마 거론됐던 회장 후보들조차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사실 전경련과 경총은 지금까지 굵직한 경제현안에 대해 재계를 대변해 한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단체를 대표하는 수장이 없는터라 이제는 경제현안에 대한 조율과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그 어느 누구도 회장 자리를 맡겠다고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데에 있다. 다들 고사하고 있다.

정치권도 어수선한 터에 재계 또한 리더십 부재로 소통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경제5단체 중 두 곳이 수장이 없는 상태가 되면서 경제단체의 리더십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만 가고 있다.

한편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 구본무 LG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명예회장은 이날 회동에 불참했다.

(사진설명: 앞줄 왼쪽부터 강덕수 STX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박용현 두산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뒷줄 왼쪽부터 류진 풍산 회장, 신동빈 롯데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 현재현 동양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