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회장(STX)이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직에 추대 되자마자 "수락하지 않겠다"고 밝힌 후 경총은 조용하다. 현재로서는 무릎을 탁 칠만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경총의 현재 방안은 재계 원로들을 동원해 이희범 회장을 설득하는 것이다.
경총회장 선임이 힘든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회장직을 맡길만한 인사들이 워낙 바빠 경총업무와 겸임하기 너무 힘든 것도 사실이나, 무엇보다도 큰 이유는 강성노동계라고 분석된다.
경총은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노사 관계만을 특화 분리한 조직으로, 노사 관계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노동계를 상대하는 단체다. 이것은 다른 말로 아주 작은 약점도 바로 트집잡혀 노동계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본인들의 도덕성에 대한 자신감이 웬만큼 높지 않고서는 선뜻 나서기 어려운 자리인 것이 사실이다.
또 최근 노조들의 엇갈리는 이해관계들도 한몫한다. 이전에는 경총이 입장을 정하면 회원사들이 인정하고 따라오는 분위기였으나 지난해 복수노조 허용 문제를 겪으면서 현대기아차 노조가 탈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경총이 1970년에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탈퇴한 회원사는 400여개 중 하나도 없었다.
여기에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타임오프(유급근로시간면제한도)와 내년 7월부터 허용되는 복수노조 문제는 경총 회장 자리가 더욱 무거워지는 요인이다. 이 이슈들은 노사정 갈등 뿐만 아니라 노노갈등까지 겹쳐있다.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 노사 문제를 맡겠다고 나서는 기업인이 없다. 얻을 명예보다도 받을 비판과 공격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