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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전 임직원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 배경에 관심이쏠리고 있다. 메시지가 전하는 내용은 자만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삼성은 14일 그룹 임직원간 커뮤니케이션 통로인 그룹웨어 ‘마이싱글’에 ‘교병필패’ 사자성어를 게재했다. ‘교병필패’(驕兵必敗)는 자기 군대의 힘만 믿고 자만하여 적에게 위엄을 보이려는 병사는 반드시 패한다는 뜻이다. 프로농구에서 사자성어를 잘 쓰기로 유명한 삼성 안준호 감독이 지난해 사용해 회자되기도 했다.
메시지는 젊은 직원들에게 내용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화로 구성됐다. “지구 정복이 눈 앞에 있습니다. 장군, 우리가 또 이겼습니다”라는 병사들 옆에 한 장수가 ‘은하계 시대 개막’이라는 신문을 펼쳐들고 “신문은 보고 댕기냐?”며 꾸짖자 병사들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담겨졌다.
이는 삼성전자가 올 2분기 5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것에 만족하지 말라는 ‘경고’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해외시장에서도 최고가 되기 위해선 긴장을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채찍’의 의미도 담겼다. 잘 나갈 때 위기에 대비하라는 경영 원론에 따른 것이다.
국내에선 스마트폰인 ‘갤럭시 S’가 출시 10일 만에 20만대가 팔렸고, 3D TV(입체영상 TV)의 인기도 높아 올해 3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는 등 기대 이상의 히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해외시장에선 반도체 외에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삼성은 마이싱글을 통해 대내외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17주년이었던 지난 6월7일에는 사자성어 ‘마불정제’(馬不停蹄, 달리는 말은 말발굽을 멈추지 않는다)로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주문했다.
최근에는 서초동 서초사옥에 ‘군맹평상’(群盲評象, 장님들이 코끼리 몸을 만져보고 제각기 말한다)이라는 사자성어로 자기주관에 치우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안주하면 몰락한다는 삼성 경영진의 생각이 반영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