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은행 재무건전성을 측정하기 위해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유럽은행감독위원회(CEBS)는 23일 91개 은행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총 7개 은행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CEBS가 EU 회원국들의 국가부도 사태를 가정하지 않아 대다수 은행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은행들이 충분한 유동성 완충장치를 갖고 있는지 등 향후 자본확충 용이성에 대한 측정도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테스트의 기준은 2010~2011년 중 부채담보부 상품의 신용등급이 4단계 강등되고, 주가가 20% 떨어지며 유럽연합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하락하는 경우를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또 각국이 발행한 국채 손실율은 5년 만기 국채를 기준으로 그리스 국채 23.1%, 스페인 국채 12.3%, 포르투갈 국채 14%, 독일 국채 4.7%를 상정했다. 이 결과 스페인의 소형 저축은행 5곳과 독일의 하이포 리얼 이스테이트 뱅크와 그리스의 ATE뱅크 등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 테스트에서 대형 은행들이 모두 통과하고 중소형 일부만 탈락함에 따라 유럽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어느 정도 줄게 됐다.
그러나 CEBS가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는 은행들이 거래하는 국채의 손실 가능성을 가정했을 뿐 은행들이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의 위험을 테스트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그리스의 국가부도 가능성까지 언급됐을 정도로 유럽 일부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가정은 테스트의 큰 허점이라는 지적이다.
게리 젠킨스 에볼루션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결과를 보니 스트레스 테스트는 전혀 가혹하지 않았다"며 "특히 은행들의 국채 보유에 대한 위험과 관련해서는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EU는 총괄적인 내용만을 담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비판론이 고조되자 상세 평가결과를 추가 발표하기로 했다. CEBS와 각국 감독당국은 다음달 6일 2가지 시나리오 아래에서 개별 은행의 재무상태가 어떤지 계량화한 지표를 보여주는 2단계 평가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