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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곡물수출 중단 조치 연장…글로벌 곡물시장 '술렁'

러시아가 기록적인 최악의 가뭄으로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올해 연말까지로 계획했던 곡물수출 중단 조치가 내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푸틴 총리는 "극심한 가뭄 탓에 올해 러시아 곡물 생산량은 약 6000만t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700만t에 비해 약 35% 감소한 수치다. 이달 초 옐레나 스크리니크 농업장관이 올해 기존 예상치였던 9000만t에서 7500만t으로 낮춘 지 일주일만의 추가 하향 조정이다.

세계 3대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는 최근 130년전 통계기록 이후 가장 무더운 날씨가 이어져 최악의 가뭄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1000만㏊의 농지가 피해를 입었고 여기에 러시아 서부지역으로 번지고 있는 산불로 농장이 피해를 입으면서 밀수확량은 더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6일에 이번달 15일부터 연말까지 곡물 수출을 전격 금지키로 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발표 직후 시카고상품거래소(CBT)는 당장 충격탄을 맞았다. 당일 거래된 9월 인도분 밀 가격은 거래소가 정한 하루 최대 변동폭인 60센트(8.3%) 급등, 부셸(27.2㎏)당 7.85달러를 기록하면서 한때 거래가 중단됐다.

세계식량 파동을 겪은 지난 2008년 8월 29일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밀 선물 가격은 지난 6월 중순 이후 80% 이상 급등했다. 이는 40년 동안 전례없는 것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러시아의 밀 수출 금지는 옥수수·쌀 등 거의 모든 농산물이 기록적으로 상승한 지난 2008년 글로벌 식품 파동을 상기시킨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당시 '식량 무기화' 바람으로 중국과 베트남·캄보디아 등이 잇따라 쌀 수출 통제에 나섰고, 가격 상승을 견디지 못한 아이티와 카메룬에서는 폭동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2008년과 마찬가지로 헤지펀드 등 투기자금이 유입되면서 곡물 파동 재연 조짐이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유엔은 “미국의 작황이 견고한데다 올 예상되는 세계 밀 수확량이 5억2800만t으로 지난 2008년 식량 파동을 겪은 당시 밀 생산량 4억2700만t보다 많아 식량파동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