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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가 급등에 음식료 업종 긴장…애그플레이션까진 안 갈듯

최근 국제유가(WTI유 기준)는 지난 5월 이후 배럴당 80달러를 재 돌파했고, 주요 비철금속 가격도 2개월간 하락세에서 반등하는 등 주요 상품 가격이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곡물가는 폭등이라 불릴 만큼 급등하고 있다. 소맥가격은 2개월 만에 70% 가까이 급등하면서 지난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옥수수와 대두가격도 각각 17%, 14% 동반상승했다. 곡물가 급등은 세계 3위 소맥 수출국인 러시아가 130년래 최악의 가뭄으로 연내 곡물 수출을 금지하면서 공급차질 우려가 부각됐다.

이상 기후에 따른 공급차질, 중국의 6월 곡물수입이 크게 증대된 점 등이 이유다. 6월 중국의 대두 수입은 사상최고 수준인 620만톤에 육박했으며, 옥수수 수입 역시 전월대비 1200%를 상회하는 6만4660톤을 기록했다.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완화되면서 유로화가 반등함에 따라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어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곡물시장에 투기자금이 재 유입되고 있는 것도 상품가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CBOT 소맥 선물옵션 포지션 추이를 살펴보면 6월15일 기준 13만6천 계약에 육박했던 소맥 매도가 8월3일 기준 7만9천 계약으로 대폭 축소되는 등 7월20일부터 순매수를 보였다.

채현기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이는 투기세력들이 소맥 가격이 급등세를 나타내자 매도포지션을 축소함과 동시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됨에 따라 매수포지션을 증대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애그플레이션 막을 공급량 충분

이러한 곡물 가격의 단기간 급등으로 일각에서는 2008년에 발생했던 곡물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하반기 애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될 만큼 수급 불안이 심각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채 연구원은 "주요 소맥 생산국의 소맥 생산량 추이를 살펴보면 이미 2009년에는 작황호조로 소맥 생산량이 최고 수준에 이르렀으며, 최근 이상 기후로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를 제외한 미국과 중국, 인도의 생산량은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더욱이 러시아의 곡물 수출 금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을 비롯한 호주, 카자흐스탄의 소맥 수출량이 세계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도 곡물 가격의 급등세를 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7~2008년에 걸쳐 발생했던 애그플레이션 당시와 현재 상황이 많은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도 애그플레이션이 우려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채 연구원은 "애그플레이션 당시 중국의 원자재 대량 수요도 한 몫을 했지만, 무엇보다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의 급등세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과 차이가 있다"며 "고유가로 인한 비용 상승과 바이오에너지와 같은 대체에너지 수요 증대로 옥수수, 대두 등이 공급 부족 현상으로 동반 강세를 시현했던 점도 최근 상황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기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옥수수의 경우 소맥가격이 추가적으로 급등할 경우 사료용 곡물의 대체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전세계 대두 순수입량의 52.4%를 차지하는 중국의 최근 대두 재고비축을 위한 수요 확대 움직임은 부담"이라며 "추세적 상승여부는 수출제한 조치의 국가별 확대와 소맥 순수출 국가로의 작황피해 확산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판가전가력에 기대기 어려워

최근 국제 소맥가격 급등에 따른 직격탄을 맞은 곳은 밀가루 업체다. 또한 유지, 전분당 업체도 애그플레이션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6~7월 소맥가격 급등으로 밀가루 업체는 오는 12월 전후로 밀가루 판가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지 연구원은 "원가 부담의 100% 판가전가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과 추가 소맥가격 강세 우려는 밀가루 업체의 주가 압박요인"이라며 "또한 밀가루 업체와 같은 직접적인 타격은 없겠지만 소맥가격이 추가적으로 급등할 경우, 대두, 옥수수 가격도 상품시장 강세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유지, 전분당 업체의 투자매력도 역시 반감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식품가공업체 중 밀가루 원재료 비중이 가장 큰 업체는 라면업체도 긴장하고 있다. 지 연구원은 "잠재 밀가루 판가 상승 가능성은 라면업체의 중장기 투자매력도를 반감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라면 제품은 주요 생필품으로 분류돼 있어 판가전가력도 크게 훼손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 연구원은 "제과업체의 경우 주요 원재료가 분산돼 있고 제품도 기호식품으로 분류돼 있어 제품판가 인상이 비교적 용이하다"며 "따라서 최근 곡물가 급등의 직접적인 영향권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