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현대·기아차, 순환출자 소유구조로 편법적 경영승계

무엇이 공정한 사회이고 무엇이 정의로운 사회인가?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해야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정치권과 경제계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화두다. 왜 워렌버핏이 자기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나서고 빌게이츠가 '창조적 자본주의'를 주창하고 나섰는지 그동안 온갖 편법, 탈법, 불법으로 부의 축적에만 몰두해 온 우리 재벌가들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제 재계가 사회를 책임져야 할 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를 위한 소통과 배려는 시대적인 흐름이다. 재경일보는 앞으로 국내 재벌그룹이 어떻게 부를 축적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경영권을 2세, 3세에게 물려주고 있는지 그 실상을 파헤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가 계열사를 통한 물량 밀어주기로 몸집을 불린 후 그 자금으로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승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은 형사재판 중에도 현대기아차 이사로 선임되는 전횡적인 경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대가 최근 밝힌 ‘기업 지배구조문제를 통해 본 편법적 경영승계’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계열사에 지원성 거래로 관련 기업의 몸집을 불려 막대한 이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자동차 부품제조회사인 본텍의 경우 2001년 당시 정의선 사장이 30%의 지분을 취득했으나 2005년 현대오토넷과의 합병 전 해당 지분을 지멘스에 570억원에 매각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또 현대자동차의 물류서비스를 담당하는 글로비스는 2001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당시 사장이 총 50억원을 출자해 설립, 내부거래를 통해 급속히 성장했다.

2004년 빌헬름센에 지분매각과 2005년 12월 상장으로 엄청난 이익을 취했다. 건설회사인 엠코는 2002년 정몽구, 정의선, 글로비스 등이 출자해 설립한 후 현대자동차의 양재동 사옥 건설, 현대제철의 제철소 건설 등 계열사의 거래로 급속히 성장했다. 이런 내부거래를 통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배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인 문제성 거래를 보면 글로비스는 2001~2008년까지 계열사와의 거래로 11조원의 총매출을 기록했다. 주요 내부거래로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등으로 이들이 차지하는 거래비율은 85% 수준이다.

2008년 말 주가 4만6700원을 기준으로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글로비스 재산은 정의선 6668억원(투자금액 30억원), 정몽구 4647억원(20억원)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와 계열사의 IT시스템을 구축, 관리하는 것을 주요 영업활동으로 하는 오토에버시스템즈는 2001~2008년까지 총매출은 2조2838억원, 누적 당기순이익은 690억원을 기록했다.

자동차부품을 납품하는 본텍의 내부 거래비율은 평균 93%로 2001~2005년 총매출이 1조627억원, 누적 당기순이익 808억원으로 나타났다. 정의선 부회장은 2001년 30%의 지분을 소유했으나 2005년 지멘스에 570억원에 매각했다. 초기 투자금액 15억원을 4년 만에 무려 555억원으로 불린 것이다.

건설회사인 엠코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등 특수관계자의 매출 비율이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2~2008년까지 5조1412억원의 총매출을 기록, 3226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이 회사 대주주인 정몽구 회장은 283억원, 정의선 부회장은 710억원의 부를 축적했다. 현대기아차는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고 있다. 지배주주인 정몽구 회장은 올해 7월말 현재 현대자동차 5.17%, 현대모비스 6.96%, 현대제철 12.58%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 간의 순환출자를 통해, 즉 회사 돈으로 정몽구 회장은 현대기아차를 지배하고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에게 경영권까지 승계한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은 2008년 6월 배임행위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판결을 받았지만 형사재판 과정인 2008년 3월 현대자동차 이사로 선임되는 등 전횡적인 경영을 했다. 당시 국민연금을 비롯한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선임을 반대했으나 반대를 무릅쓰고 정몽구 회장은 경영에 복귀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현행법의 주주 대표 소송을 통해 민사적 책임을 묻는 한편 상법의 개정으로 이중 대표 소송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