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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몰아주기로 계열사 살 찌워…경영권 세습 토대 마련

현대기아차는 막대한 물량의 내부 지원성 거래를 통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부를 쌓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정몽구 회장 일가는 소수의 주식으로 현대기아차를 비롯하여 다수의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개혁연대의 보고서를 요약했다.

◆순환출자로 지배권 유지

현대자동차는 1999년 외환위기로 부실화된 기아자동차를 인수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의 지분을 매입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현대자동차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2000년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등의 지분을 매각하고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대했다. 특히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정몽구 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대한 다툼)으로 현대그룹은 현대차기아차, 현대중공업, 현대 등으로 분리됐으며 이 과정에서 현대기아차는 순환출자구조를 형성, 정몽구 회장은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형성되기 시작해서 2005년까지 현대기아차는 ①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현대자동차, ②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 ③현대자동차→현대캐피탈→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 등으로 연결되는 다양한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2005년 10월 현대캐피탈이 기아자동차 지분 매각을 시작으로 현대모비스, 현대제철의 지분을 매각했다. 2009년 8월에는 현대제철이 현대자동차 지분을 모두 매각하여 2009년 말 현재는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의 순환출자구조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 지분 상속을 위한 자금 마련

경영세습은 지분 상승과 경영권 상속으로 구분된다. 현대기아차 지배구조의 변화는 경영세습으로부터 시작된다. 정몽구 회장의 자녀들에게 부의 상속이 이루어지고 경영권을 유지될 수 있도록 2000년 초반부터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

승계 작업의 첫 번째는 지분 상속을 위한 자금 마련이다. 상속세와 증여세를 납부하기 위해서 또는 직접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할 수밨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글로비스, 오토에버시스템즈, 현대엠코, 이노션, 현대커머셜 등은 경영세습을 위해 지분구조가 짜인 회사다. 또 본텍과 위스코 등 기존의 자동차 부품제조회사들도 자금 마련을 위해 동원됐다.

현대오토넷과 합병된 자동차 부품제조회사인 본텍의 경우 구조조정 과정에서 2001년 정의선 사장이 30%의 지분을 취득했다. 이어 2005년 현대오토넷과의 합병 전 해당 지분을 지멘스에 570억원에 매각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또 현대자동차의 물류서비스를 담당하는 글로비스도 자금 조달 역할을 했다. 2001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사장이 총 50억원을 출자해 설립했으며 현대자동차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급속히 성장했다. 2004년 빌헬름센에 지분매각과 2005년 12월 상장으로 엄청난 이익을 취했다.

건설회사인 엠코는 2002년 정몽구, 정의선, 글로비스 등이 출자하여 설립한 후 현대자동차의 양재동 사옥 건설, 현대제철의 제철소 건설 등 계열사의 거래로 급속히 성장했다.

결국 이런 내부거래를 통해 정의선 사장은 지배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만든 셈이다. 뿐만 아니라 장녀인 정성이씨는 광고회사인 이노션의 지분 40%, 차녀인 정명이씨 부부는 할부금융업체인 현대커머셜의 지분 50%를 확보해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안정적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다.

◆ 막대한 내부거래로 큰 이익

글로비스는 정몽구 회장 일가의 이익 실현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2001년 운송사업 및 복합물류사업 등을 목적으로 정몽구 40%(10억원), 정의선 60%(15억원)의 비율로 설립됐다. 2008년 말 현재 정몽구 24.36%, 정의선 31.88%, Wilh·Wilhelmsen ASA 20%,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 2.03%, 기타 21.73%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글로비스는 2001~2008년까지 계열사와의 거래로 11조원의 총매출을 기록했다. 주요 내부거래로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등으로 이들이 차지하는 거래비율은 85% 수준이다.

글로비스는 다른 곳에 영업을 하지 않고 계열사와의 거래로 막대한 이익을 낸다. 누적  이익으로 2008년까지 4900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의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2008년 말 주가 4만6700원을 기준으로 보유주식수에 곱하면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글로비스 재산은 정의선 6668억원(투자금액 30억원), 정몽구 4647억원(20억원)에 달한다.

오토에버시스템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2000년 설립 당시 중고자동차 매매를 주사업 목적으로 하였으나 시스템통합(SI)업체로 성장하여 현대기아차와 계열사의 IT시스템을 구축, 관리하는 것을 주요 영업활동으로 하고 있다. 2000년 설립 당시 정의선 20%, 정몽구 10%, 현대자동차 25%, 기아자동차 20%, 현대모비스 20%, 현대캐피탈 4.9%의 지분율을 보였다. 2008년 말 현재 현대캐피탈의 지분을 현대자동차가 흡수, 29%인 것을 제외하곤 변화가 없는 상태다. 오토에버시스템즈의 특수관계자와의 거래금액이 설립 차기연도부터 매출액의 평균 93%를 차지하고 있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총매출은 2조2838억원, 누적 당기순이익은 690억원을 기록했다. 회사의 가치를 대차대조표 상의 자본총계(순자산가치) 800억원으로 평가하여 주주의 지분율을 곱해 지분가치를 추정하면 정의선 152억원, 정몽구 73억원 상당이다.

2001년 현대기아차에 편입된 위스코는 차량부속단조품 제조 및 판매회사다. 2006년 4월 현재 지분율(정의선 57.87%, 메티아 38.63%, 우리사주조합 3.5%)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주로 거래 계열사는 위아,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다이모스, 현대파워텍 등으로 평균 73%의 비율을 보였다. 2003~2008년까지 이들과의 거래로 1조4684억원의 총매출을 올려 253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대주주인 정의선은 3억9000만원을 투자해 367억원으로 이익을 늘렸다.

자동차부품을 납품하는 본텍이 현대차에 흡수된 것은 2001년 이후다. 당시 정의선 사장이 30%의 지분을 소유했으나 2005년 지멘스에 570억원에 매각했다. 초기 투자금액 15억원을 4년만에 무려 555억원으로 불린 것이다. 내부 거래비율도 평균 93%를 보이고 있다. 2001~2005년 총매출이 1조627억원, 누적 당기순이익 808억원에 달했다.

엠코는 2002년 설립된 건설사업체로 현대기아차의 본사 건물, 공장 등 건설로 출발해 현재 아파트 건설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05년 5월말 현재 정의선 25%, 정몽구 10%, 글로비스 25%, 기아자동차 19.9%, 현대자동차 19.9%의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등 특수관계자의 매출 비율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2002~2008년까지 5조1412억원의 총매출을 기록, 3226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보였다. 따라서 정몽구 283억원, 정의선 710억원의 부를 축적했다.

현대기아차의 광고를 독점적으로 맡고 있는 이노션은 2005년 정몽구(20%), 정의선(40%), 정성이(40%) 등 지배주주 일가 3명이 출자해 설립됐다. 2005~2008년까지 4342억원의 총매출을 올려 690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로써 정몽구 145억원, 정의선 290억원, 정성이 290억원 등의 이익을 남기고 있다.

자동차 A/S용 부품보관용기와 파레트 제조업체인 삼우는 정몽구의 사위인 신성재씨와 그의 부친, 자녀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현대커머셜은 2007년 현대캐피탈로부터 상용차와 건설장비 등을 대상으로 하는 할부금융, 리스 금융사업을 인수했다. 정명이씨와 사위인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의 지분율이 각각 20%, 10%로 현대기아차 상용차 중 할부/리스 대상 물량의 58%를 차지하고 있다.

◆ 상법상 민사 책임 물어야

문제성 거래의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법은 자발적인 원상회복이다. 부당 주식거래로 보유한 지분의 경우 소각을, 회사기회의 유용 및 지원성 거래의 주체가 되는 회사는 계열사가 합병 또는 지분인수로 내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사회가 지배주주로부터 독립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행법상 민사적 책임을 묻는 게 방법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기아차의 지배주주인 이사에게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지방법원은 2010년 3월  정몽구 회장과 이사들이 횡령 및 배임에 대한 700억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또 소액주주들은 정몽구 회장을 대상으로 글로비스 설립 당시 출자지분을 현대기아차가 인수하지 않고 정 회장과 정의선씨가 취득하게 해 손해를 입은 회사기회 유용에 대해 1조635억원을 청구하여 소송이 진행 중이다.

경제개혁연구소 채이배 연구위원은 “이사 및 지배주주는 사전 공시 및 승인 획득 의무 이외에 거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며 “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 주주대표소송 등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성 거래가 비상장회사에서 발생한다면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상법 개정으로 이중대표소송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