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은닉재산을 둘러싼 한화그룹과 검찰의 설전이 거듭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불법 비자금 사태로 비화될 조짐이자 하계 다보스 포럼 참가를 위해 중국 톈진으로 출국했던 김 회장은 지난 22일 귀국했다. 이에따라 지난 16일 한화그룹본사 압수수색부터 시작된 한화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한화그룹과 검찰 간 공방이 팽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검찰은 한화증권 차명계좌를 입수한 만큼, 수백억 원대 은닉재산의 윤곽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검찰에 따르면 서부지검 쪽에서 이 자금이 그룹 계열사들이 낸 돈을 토대로 마련됐다는 회사 관계자의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며 한화 측의 불법횡령을 입증하기 위한 차명계좌 추적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서부지검 관계자는 “비자금 경위와 용처 수사를 위해 한화그룹 임원들을 조만간 소환하고 이후 김 회장을 소환조사할 계획”이라며 “이 자금이 중요한 회사 돈이라는 관계자의 진술과 김 회장 측근들이 10∼20년간 계좌를 비밀리에 관리한 점을 감안했을 때 정관계 로비를 위한 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 회장 측은 이 자금이 부친인 고(故) 김종희 선대 회장의 유산이라고 맞서고 있어 이번 사태가 ‘진실공방’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의 주장대로라면 문제의 돈은 김 회장의 비실명 상속재산이기 때문에 불법 비자금이 아닌 세금포탈의 혐의만 적용되게 된다.
이런 이유로 한화그룹 측은 비실명 개인재산의 운용과정에서 이뤄진 세금 포탈의 잘못은 인정하겠지만 불법 비자금이라는 검찰의 의혹에는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 “검찰이 확인했다는 차명계좌 50여개도 그룹 측이 지난 13∼14일 세금 문제를 위해 검찰에 자발적으로 제출한 것”이라며 “이를 불법 비자금으로 비화시키는 일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미 그룹차원에서 은닉재산 운용과정에서 발생한 세금포탈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번 사건 수사가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한화 의혹을 최대한 빨리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추석연휴가 끝나는 직후 자금 관리에 관여한 한화그룹 임원들을 차례로 불러 자금의 조성 경위와 용처를 추궁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김 회장 소환도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자금의 상당액이 한화 계열사 주식에 투자돼 있고 일부가 김 회장 친인척에게 흘러간 것으로 전해지며 검찰이 수사의 고삐를 바짝 죌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2002년 당시, 검찰수사에서 한화그룹이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정관계에 수십억원을 로비에 이용하려고 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당시 김 회장은 로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증거가 없어 처벌을 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