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한국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장들은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성과급을 통해 주머니를 채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과도한 국책은행장들의 월급을 삭감했던 정부의 정책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더욱이 다른 금융권 공공기관 CEO들도 기본급에 버금가는 성과급을 받고 있어 국책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 기본급보다 많은 성과급 잔치
기획재정부가 국정감사에 제출한 ‘국책금융기관장 급여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장의 기본급은 2007년 3억5000만원에서 2008년 1억6000만원으로 감소한 후 지난해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성과급의 경우 2008년 2억6220만원에서 지난해 3억원으로 올라 전체 연봉은 2008년 4억2000만원에서 지난해 4억6000만원으로 10%정도 올랐다. 기본급 보다 2~3배나 많은 성과급으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정책에 역행한 것이다.
특히 산업은행은 지난해 CEO 경영성과 평가에서 ‘보통’(60∼70점) 등급을 받았다. 즉, 실적저조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이 ‘펑펑’ 지급됐다.
더욱이 산업은행은 2008년도 은행장 급료분과 관련, 기획재정부(4억2300만원)와 국정감사 자료(5억1000만원)에 각각 다른 수치를 제출, 정부에 급료를 허위로 축소보고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장도 기본급이 3억3000만원에서 1억6000만원으로 각각 50%정도 감소한 반면 지난해 성과급은 3억2000만원이 넘어 기본급의 200%정도에 달했다. 이는 연봉을 50%정도 삭감했음에도 불구, 실수령은 변화가 없는 ‘무늬만 삭감’인 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배영식 의원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책은행들이 성과급 인상이라는 편법을 동원, 정부의 급료삭감 정책에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이들 국책은행들은 특히 성과급이 성과실적에 관련 없이 책정돼 왔다”면서 “고통분담과 정부정책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과다급료지급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금융권 공공기관도 ‘펑펑’
금융권 공공기관의 경우도 국책은행과 비슷한 양상이다.
금융권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기관은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한국기업데이터로 2억9000만원을 받았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기본 연봉이 1억6100만원으로 다른 금융권 공공기관과 같았지만 경영평가 성과급 1억2900만원을 합해 2억9000만원을 받았다. 기본급 수준의 성과급으로 배만 불린 것이다.
정책금융공사와 산은금융지주,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기술신용보증기금 CEO 등은 1억6100만원으로 같았다. 이어 기은캐피탈 1억5200만원, IBK신용정보와 IBK시스템 CEO가 1억500만원을 받았다.
한편 한국거래소 임직원 중 40%가 억대 연봉자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소 임직원 698명 가운데 1억원 이상 연봉을 받은자가 280명에 달했다. 연봉 1억~1억2000만원 미만이 204명, 1억2000만~1억5000만원 미만이 76명이었다. 1억원 이상 연봉자 수는 2008년 228명에서 지난해 280명으로 늘었다.
배 의원은 “현재 한국거래소의 복리후생은 국민정서상 위배된다”며 “경영혁신을 단행하고 공공기관 지정취지에 맞게 복리후생제도 등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6년 새 우리나라 22개 공기업의 부채가 130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심재철 의원이 22개 공기업의 재무현황을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최근 6년간 공기업부채는 82조6966억원에서 212조512억원으로 156.4%(129조3546억원) 증가했다.
경영실적의 경우 22개 공기업 매출은 2004년 53조6592억원에서 지난해 95조3529억원으로 77.7%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5조9691억원에서 2조7576억원으로 53.8%(3조2115억원) 줄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2004년 5조1973억원 대비 2009년 2조3035억원으로 55.7%(2조3939억원) 감소했다. 또 22개 공기업 중 17개 공기업은 자체수익만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을 큰 폭으로 늘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