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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일보 김은혜 기자] 5년차 부부인 한 커플. 어느 날 출장길에 그녀가 그에게 불쑥 말한다 "저기.. 나, 나갈꺼야"
그는 그녀에게 단 한 번도 이유를 묻지 않은 채, 그녀의 새 남자가 데리러 오기로 한 날, 짐을 싸는 그녀를 위해 아끼던 찻잔을 포장해 주고 맛있는 커피를 내려준다.
너무나도 답답한 남자, 막무가내인 여자(바람난 남자와 갑작스럽게 떠나겠다고 통보하는 여자는 쿨한 것이 아니다). 과연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 캐릭터일까?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감독:이윤기)' 제작 보고회가 20일,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현빈·임수정 주연의 이 영화는 경기공연영상위원회 지시네마가 투자한 첫 번째 작품으로 아시아 영화로는 유일하게 제 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분에 진출하며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 이윤기 감독(사진 왼쪽)은 "사랑의 감정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헤어지는 남녀의 미묘한 감정과 세시간 안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적막함 감정을 담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사진=민보경 기자 |
영화의 원작은 일본 단편 소설 이노우에 아레노의 '돌아올 수 없는 고양이'다. 이윤기 감독은 "소설은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지만, 사실은 굉장히 외로운 이야기다"며 "빗속에 갇혀 있는, 아니 억수 같은 비가 핑계가 돼 스스로를 가둬 집안에만 있는 이야기로, 일반적인 영화적 소재는 아니지만 남녀의 끝없이 추락하는 것 같은 감정들이 느껴져 영화화 했다"고 설명한다.
이별을 앞 둔 젊은 부부의 마지막 날. 오후 4시부터 저녁 7시까지 집이라는 좁고 한정된 공간에서 떠나는 이와 남는 이라는 다른 상황을 마주하는 그들의 심리는 미묘하고 복잡하다. 짐 정리를 하는 내내 쏟아지는 비와 부부가 함께한 추억들이 쌓여 있는 집이라는 공간은 또 다른 영화 속 주인공들이다.
그녀를 연기했던 임수정은 "처음으로 남편이 있는 역할을 맡았는데, 영화 속 그녀는 굉장히 용기 있는 여자다"며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고 떠나겠다고 말했지만, 묵묵히 짐을 싸 주는 그를 보며 연민을 느끼며 떠나지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한다. 이번 연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사랑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했던 작품이다"고 밝혔다.
그를 연기했던 현빈은 "실제 상황이었다면 말 없이 짐을 싸서 보내주는 것은 못한다"며 "작업이 짧은 기간에 빠른 속도로 진행돼, 연기 호흡이 맞아가고 있는 와중에 끝날 때 되니 아쉬웠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번에 임수정 씨와 영화에서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 영화는 총 20일, 13회 차 촬영이라는 짧은 시간에 제작됐다. 또한 임수정과 현빈이 노개런티 출연 및 스탭들의 헌신은 저예산 영화를 가능하게 했다.
임수정은 "배우들뿐 아니라 영화 스탭분들이 한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고자 노력했기에 우리의 노개런티가 이슈는 아니다"며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많지만, 여전히 제작환경은 개선되고 있지 않아 안타깝다.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영화에 참여했으며, 이런 기회가 있으면 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빈 역시 "배우들이 다양한 장르에 출연하는 하는 것은 행복하다"며 "이 영화는 소재가 재미있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많은 이들이 뭉쳐서 작업한 것이었기에, 즐겁고 기쁘게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 임수정, 현빈 주연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2월 24일 개봉한다. |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가 사랑에 대한 사람의 세밀한 감정만을 그리고 있는지, 현시대인의 사랑관과 가치관에 대해 얼마나 터치하고 있는지는 영화 전편을 본 것이 아니라 아직은 모르겠다.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도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는 답답한 남자를 과연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지, 영화를 직접 봐야 알 것 같다.
*개봉일은 2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