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EU, 덱시아 사태에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재개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유럽연합(EU)이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전제로 역내 은행에 대한 3차 '스트레스 테스트'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져 결과가 주목된다.

프랑스-벨기에 합자은행 덱시아가 그리스 채무 문제로 인해 자금 차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파산 상태에까지 이르렀고, 프랑스와 벨기에로부터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구제를 받는 신세가 되자 유로존 재정위기와 신용위기가 금융위기로 옮겨 붙는 것에 대해 위기를 느낀 EU가 역내 은행들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선 것이다.

덱시아는 지난 7월 결과가 발표된 2차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한 바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가 6일 보도를 통해 이미 두 차례 유럽 은행의 재정 건전성을 점검한 유럽은행청(EBA)이 그리스를 비롯한 유로 재정 위기국의 디폴트를 전제로 유럽 은행에 대한 또다른 스트레스 테스트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5일(이하 현지시간) 유럽 은행의 재자본화가 시급하다면서 오는 17-18일의 EU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때를 같이 해 EU가 3차 스트레스 테스트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EBA가 이틀간의 위기대책 회동에서 특히 그리스가 대규모로 디폴트할 경우 이 나라 채권을 대거 보유한 은행들의 손실(헤어컷)이 어느 정도이며 그 충격을 버틸 수 있을지를 심도있게 점검한다고 밝혔다.

현재 유로존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영국 등이 무더기로 신용등급이 강등돼 유로존 재정 위기가 은행으로까지 확산될 것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5일 모든 유럽 은행을 대상으로 한 자본강화가 시급하다면서 필요 규모가 1천억-2천억유로가 될 것으로 추산했으며, FT도 3차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유럽 은행에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가 최대 2천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메르켈은 지난 5일 브뤼셀에서 주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과 만난 후 기자들에게 "EU 가 공조하는 은행 자본강화가 시급하기 때문에 당장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면서 은행 자본강화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기능 확대 합의가 여전히 유로국 의회 인준을 받는 과정임을 상기시켰다.

합의안은 유로권 17개국 가운데 지금까지 독일을 비롯한 14개국이 승인했으며, 네덜란드, 몰타, 슬로바키아 등 3개국의 승인만을 남겨둔 상태다. 합의는 17개국이 모두 비준해야 공식 발효된다.

메르켈은 또 "은행이 먼저 스스로 자본 확충에 노력해야 하며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국가 지원을 받는 것이 순서"라면서 "EFSF는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