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희정 기자] 올해 반도체 등을 제치고 수출품목 1위에 오른 정유업계의 석유제품 수출액(1~10월까지)이 76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전체 실적보다 20% 이상 증가한 사상 최고치다. 연말 특수가 기대되고 있는 12월까지의 실적까지 포함되면 수출액은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9일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주요 정유사 4곳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수출액은 총 76조1천474억원으로 작년 한 해 동안의 수출액 63조1천137억원 보다 이미 20.7% 증가했다.
연말까지 2개월이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실적을 크게 뛰어넘은 것이며, 역대 수출액 최고치였던 2008년의 68조115억원도 이미 크게 넘어섰다.
회사별로 보면, SK이노베이션의 수출액이 28조4천364억원(1∼9월 실적)으로 가장 많았고, GS칼텍스 24조7천909억원, 에쓰오일(S-Oil) 16조3천761억원, 현대오일뱅크 6조5천44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까지 올린 매출 51조4천400억원 가운데 수출액이 절반을 넘는 55%를 차지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과 수출액을 동시에 기록하고 있다.
특히 연말에는 계절적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회사측은 올 한 해 매출 70조원과 수출 40조원을 동시에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칼텍스도 선제적 투자를 통해 중질유분해시설을 확충한 '시설경쟁력'과 적극적인 해외수출선 개척에 따른 '영업력'이 어우러지며 올해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29조6천177억원어치의 수출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쓰오일(S-Oil)과 현대오일뱅크도 공격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해외 거래선을 다각화한 데 힘입어 올해 수출규모가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석유와 석유화학제품의 수요처 개발을 위해 올해 초 개설한 두바이와 중국 상하이 지사 이외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 네트워크를 늘리는 한편, 현대중공업과 현대종합상사 등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에도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회사가 보통은 원유를 수입해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를 파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내수회사'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박혀 있지만 내수 매출보다 해외 수출액이 훨씬 많은 기업"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유업계가 국내에서 기름을 비싸게 팔아 큰돈을 버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실제로 이익은 대부분 해외 매출에서 창출된다"며 "이는 그동안 '지상의 유전'으로 불리는 고도화 설비에 매년 막대한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유에서 나오는 가장 질 나쁜 기름, 즉 벙커C유를 휘발유나 경유로 바꿔 주는 고도화 설비에서 해외에 판매되는 제품이야말로 수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모든 정유사들이 현재 세계 최고수준의 고도화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석유제품은 품질 기준으로도 세계 최고"라며 "경기침체가 심화할 내년에도 석유제품은 다른 어떤 품목보다도 수출효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