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3개면에 걸쳐 ’한국 투자(Investing in South Korea)’ 특집 기사(Special Report)를 게재하고 한국의 올해 경제 실적과 내년 투자 여건과 전망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1면에서는 내년 치러질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점점 심해지고 있는 소득 불평등 현상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유권자들이 점점 소득 불평등을 걱정하고 있다”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하위권인 복지제도를 확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먼저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해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에도 비교적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또 OECD가 전망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3.8%로, 기존 전망치인 4.5%보다 낮아졌지만 한국 경제 성장의 동력인 수출이 꺾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을 비춰보면 훌륭한 수준”이라며 “미국과 유럽이 부진한 상황에서 한국의 수출업자들은 이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분석했다.
그러나 재벌이 이끄는 수출 주도형 경제 성장으로 외형적으로는 견실한 모습을 보였지만, 중소기업과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성장의 파이가 돌아가고 있지 않아 소득불균형이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신문은 “한국의 4대 재벌이 전체 이익의 27%를 벌어들이고 있는 가운데 재벌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가격 압박을 호소하고 있다”며 “중산층의 견고한 성장 부재는 장기적인 경제 불안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지난 8월말 현재 근로자의 34%(600만명)는 임시직이며, 매달 평균 134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며 열악한 고용상황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현재 한국 정치권에서 가장 인기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한 뒤 "안 원장이 한나라당의 잠재적 대선 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를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확대되는 소득 불균형으로 인해 정부와 여야를 막론하고 기존의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새로운 인물인 안 원장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또 한국이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국가 챔피언’이 제2, 제3의 수출시장에서 일본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비싼 값을 지불해왔던 소비자들도 혜택을 보겠지만 농수산업계는 앞으로 15년간 13조원의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세계 명품 패션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하고 있다는 기사와 노사갈등이 기업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내용 등의 기사를 실었다.
한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FT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국은 외국 언론에 의해 ’교과서적 사례’로 꼽힐 만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했다고 소개했다.
또 “내년 세계 전망이 밝지 않고, 선진국의 경기 회복도 부진할 것이며 금융시장도 유로존 위기 때문에 변동성이 클 것 같다”고 전망하면서 "한국 정부도 내년도 경제 정책을 중산층과 저소득층 안정을 통한 폭넓은 성장을 강화하고 경제회복 쪽에 초점을 맞췄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세계 경제위기가 악화되고 있지만, 한국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법을 배웠다"면서 "한때는 원조를 받을 정도의 가난한 국가였지만, 이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자평, 한국이 내년의 글로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FT는 이와 함께 서울이 금융허브가 되는 데 필요한 조치들을 지적한 김기환 서울파이낸스포럼 회장의 기고문도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