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배규정 기자] 검찰이 전국 지역단위농협의 대규모 대출비리에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과정을 두고 온갖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단위농협의 면세유 비리, 조합장 금권선거 등 각종 부패 관행에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던 농협중앙회가 자체 감사를 벌여 대출비리 연루자들의 명단을 대검 중수부에 넘겼기 때문이다.
농협은 자정 차원에서 비리를 적발해 `고해성사' 형식으로 수사의뢰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를 두고 `꼬리자르기' 차원에서 자체 감사 자료를 검찰에 제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지난해 11월 임의로 가산금리를 올린 뒤 47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과천농협 임원들에 구속영창을 청구한 이후 다른 지역농협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해 농협중앙회 IT본부까지 압수수색에 나섰다.
그러자 그동안 대출비리가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도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았던 농협중앙회는 부랴부랴 자체감사에 나섰다.
농협이 이번에 검찰에 제출한 자료는 전국 50여곳의 지역농협들이 대출자 동의 없이 가산금리를 멋대로 올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담겨져 있는 감사자료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천농협 사태가 보도되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터져야 할 것이 뒤늦게 터졌다. 많은 지역농협이 오랫동안 이런 행태의 영업을 해왔다"는 소문이 급속히 확산했다.
이 때문에 자체 감사가 검찰 수사를 대출 비리로 국한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이 대출 비리가 의심스러운 지역농협을 수사하다 보면 치명적인 부패 관행도 들통날 것이 두려워 꼬리 자르기에 나섰을 개연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농협 관계자는 11일 "다른 의혹을 덮으려고 검찰에 자진신고를 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대출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거나 대출 관행 때문에 문제가 생긴 일부 지역농협도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