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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급락한 아모레퍼시픽, 이유는?

[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한때 130만원대까지 치솟으며 승승장구하던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100만원 언저리를 맴도는 수준으로 급락해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다른 화장품주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더 대조적이다.

특히 라네즈, 마몽드, 설화수, 아이오페, 헤라 등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8월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코스피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도 경기방어주로 떠오르며 급등해 지난해 10월 6일에는 장중 132만5천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이처럼 잘 나가던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추락한 것은 바로 실적 부진이 원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11월부터 주가 하락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기 때문.

특히 지난해 3월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 주식) 반열에 오른 이후 단 한 번도 내놓지 않았던 100만원선 마저도 지난 1월 11일 98만3천원을 기록하며 무너졌고, 이후 계속해서 100만원을 밑돌고 있다. 13일도 97만5천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한 6천228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5% 하락해 766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는 증권가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특히 화장품사업부 성장률이 8.8%에 그쳤고, 영업이익률은 14%로 1.4%포인트 하락했다.

이처럼 아모레퍼시픽이 실적 부진에 빠진 것은 방문판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방문판매는 아모레퍼시픽 전신인 태평양 시절부터 핵심 유통 채널이었고 화장품 매출 가운데서도 3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9월 이후 성장률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LG생활건강, 웅진코웨이 등 신규 경쟁업체가 화장품 방문판매 사업에 뛰어들면서 설 자리가 좁아졌다"며 "방문판매 직원들이 대거 이직하는 등 방판 조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00년대 초 50%가 넘던 아모레퍼시픽의 방문판매 시장점유율은 신규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인해 지난해 3분기에는 30% 수준으로 떨어졌고, 방문판매 매출 증가율도 2010년 9.5%에서 지난해 3분기 2.8%로 크게 약화됐다.

프랑스와 미국 법인 등 해외 사업 부문도 미국 경기 둔화와 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실적에 있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외 사업 부문의 매출액은 전년비 12% 성장했지만 영업이익률은 5.6%포인트 하락한 2.5%에 그쳤다. 3분기 누적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5%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유지(Hold)’, ‘중립’을 제시하며 목표주가를 내렸던 증권사들이 최근에는 매수(Buy)로 돌아서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고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3분기 실적이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이 국내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국내에서는 압도적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증권사의 목표주가는 최저 125만원에서 최고 154만원까지로 현재 주가 수준보다 크게 높다.

적정주가를 154만원으로 산정한 김혜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그 이유에 대해 “안정적 내수 실적과 중국 등 해외 부문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며, 화장품 업종 내 최선호주”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해외 매출 비중이 매출의 14% 수준이지만 2015년까지 29%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며, 특히 지난해 해외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서도 3분기 중국 매출은 32% 증가했고, 올해는 40% 성장이 기대되는 등 전망이 밝다.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을 통해서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것.

김민정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실적 둔화가 계속되겠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매수 기회"라며 "목표주가는 132만원으로 상승 여력은 약 34% 정도”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 사업 외에 신규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 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동남아시아 지역 사업 확대와 더불어 녹차사업도 진행 중이며 프랑스 향수 아닉구탈(Annick Goutal) 지분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녹차사업은 2015년 1천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