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배규정 기자] 의약품 리베이트는 세금 감면 대상인 사업 비용이나 접대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8부(재판장 김인욱)는 중견 제약사인 W제약이 “리베이트에 부과된 법인세 등 세금 71억여원을 취소해 달라”며 수원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 2심에서 1심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리베이트가 사회적 낭비를 조장하고 소비자인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점, 비자금을 통해 조성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사회 질서에 심히 어긋나는 것”이라며 “이런 리베이트 비용을 의약품 판매를 위한 정상적인 부대 비용이라고 할 수 없고, 제공 방식과 목적을 고려하면 원활한 거래를 위한 접대비로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회사는 병원과 처방 금액을 약정하면서 약정액의 20%를 현금으로 미리 지급하거나 처방 실적에 따라 처방액의 20%를 나중에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건냈다.
이어 “원고가 리베이트를 지급한 방식은 일반적으로 병원 회식비를 지원하거나 신용카드를 빌려주는 방식보다 더 노골적이고 적극적이라 위법성 정도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수원세무서는 지난 2008년 W제약사가 2000년에서 2007년 법인세 신고에서 복리후생비, 여비교통비, 인건비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허위 계상하는 등의 위반사실을 적발해 인건비 등을 제외한 나머지를 사업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법인세를 산정해 2009년에 71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W사는 해당 경비의 성격을 "실제로 의료품·의료용구 판매를 촉진하고자 '절대적 제품 선택권자'인 의사에게 리베이트로 지급한 것이므로 판매 부대비용이나 접대비로 비용 처리돼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