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중소기업 전용 주식·채권시장이 연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중소기업 전용 제3의 주식시장을 연내 개설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준비 중이다.
또 금융투자협회는 오는 5월 중소기업들이 쉽게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제3의 채권시장을 열 예정이다.
이는 중소기업이 주식이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직접 조달한 자금규모가 대기업의 약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데다 은행 대출 외에는 자금을 마련할 곳이 마땅치 않은 중소기업에 대해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들의 직접 자금 조달액은 2조5천억원으로 대기업(72조2천억원)의 3.5% 수준에 불과했다.
대기업들은 올해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자금 사정이 나빠질 것으로 보고 직접금융 조달금액을 2010년 52조원에서 지난해 72조원으로 20조원이나 더 늘렸지만 중소기업들의 직접 조달규모는 이 기간 3조7천억원에서 2조5천억원으로 더 줄어들었다.
중소기업은 유상증자나 기업공개(IPO)를 통한 주식 발행이 쉽지 않고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 발행도 힘들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직접 금융시장에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은행에서 부동산 담보나 신용으로 대출을 받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은행대출 잔액은 441조원으로 대기업(115조원)의 약 3.8배에 달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고 부동산 담보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대출문턱이 높은 편이다.
실제로 대기업의 대출금리는 보통 연 4∼5% 수준이지만 중소기업은 최고 9%에 이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1월 중소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금융이용 애로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8.6%가 높은 대출금리를 뽑았다.
이런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올해 1분기 은행의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16개 은행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올해 1분기 은행의 대출태도지수가 중소기업은 `0(제로)', 대기업은 `6'으로 나타났다.
대출태도지수는 지수가 낮을수록 대출에 소극적이라는 것을 나타내는데, 은행들이 신용리스크가 큰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대한 대출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올해는 경기가 좋지 않아 은행이 더 보수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담보보다는 신용대출이 늘어나야 하고 재무제표가 아니라 기술력과 사업성을 평가하는 대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지만 은행측의 중소기업 대출 조이기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 중소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계속되자 중소기업 전용 주식·채권시장 도입이라는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상환 금융산업1팀장은 "제3주식시장은 기관투자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주느냐가 관건"이라며 "세제혜택 등의 조치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협회) 이수태 회장은 "정부가 직접금융 확대 방안을 강력히 추진해 중소기업 자금조달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