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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로 솟는 유가, 유통구조 개선해 잡는다

[재경일보 오희정 기자]

석유제품시장 과점체제→경쟁체제로 유도
유류세 인하는 대책서 제외돼 '체감 인하' 효과는 의문

100일 넘게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기름값을 잡기위해 정부가 19일 종합 대책안을 내놨다.

대책안에는 석유 시장에 경쟁을 유도하는 각종 방안이 대거 포함됐다. 기존 4대 정유사 과점 체제였던 휘발유 공급 시장에 삼성토탈을 새롭게 참여시키기로 했다. 각종 혜택을 부여해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알뜰주유소 확대를 도모한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와 같은 가격 요인이 아닌 시장의 경쟁 촉진과 유통 구조 개선책을 내놓은 것은 고착화된 석유 유통시장의 과점 구조를 깨 근본적으로 유가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깔려있다. 이에 따라 유가 인하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장에 공급되는 석유 제품 물량이 대부분 대형 정유사에 의존하고 있어 정부에 강력한 주문에도 좀처럼 공급가는 움직이지 않았다.

정부는 대형 정유사 외에도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창구를 확보하기 위해 알뜰 주유소 확대안과 전자상거래를 활성화를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는 유류세 인하는 포함돼 있지 않아 소비자들이 당장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가격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토탈 휘발유 공급 신규 진출…석유시장 경쟁 촉진 = 삼성토탈이 새롭게 휘발유 공급 시장에 뛰어든다. 시장을 점령해온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에 이어 제5의 공급 업자가 된다.

삼성토탈은 6월부터 알뜰주유소에 물량을 공급한다. 이로인해 알뜰주유소에 공급되는 물량의 4대 정유사 의존도가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각종 인센티브 부여…알뜰주유소 활성화 = 정부는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사업자에 대해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를 줘 알뜰주유소 확대를 추진한다.

이에 따라 소득세와 법인세, 지방세가 일시 감면된다. 2년간 적용되는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율은 현행 10%에서 20%로 확대된다. 재산세는 2년간 50%를 감면한다.

주유소를 매입하거나 임차해 알뜰 주유소로 전환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매입의 경우 최대 100억원을 지원하고 임차의 경우 운전자금 보증한도를 현행(연매출의 6분의1~4분의1)보다 확대(연매출의 4분의1~3분의1)한다.

이달 말에는 알뜰주유소 저리 신용대출 상품도 출시돼 일반 신용대출 금리보다 2%포인트 가량 우대한다.

알뜰주유소에 대한 재정지원도 확대한다.

최대 2천300만원 한도에서 시설자금의 70~90%를 지원해왔지만 3천만원 이내에서 시설자금의 90%를 지원하는 쪽으로 지원 폭을 늘렸다.

외상거래자금도 지원하기로 해 업체당 5억원까지 석유공사가 자금을 지원한다.

서울의 알뜰주유소 확산을 위해 올해 말까지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사업자에게 지경부가 5천만원의 시설개선자금을 지원한다.

이에 정부는 당초 700개로 잡았던 올해 알뜰주유소 목표 개수를 야심차게 1천개로 높였다. 서울에는 최소 25개를 세워 구마다 한개 이상의 알뜰주유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석유공사는 더욱 저렴한 월말 현물구매 물량을 현행 20%에서 50%로 확대키로 하고 해외제품 직수입을 5월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ℓ당 30~40원인 알뜰주유소 공급가가 추가 인하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수입물량 확대해 거래 촉진

정부는 전자상거래용 수입물량 확대를 촉진하기 위해 할당관세를 3%에서 0%로 바꾸고, 리터당 16원이 붙던 석유수입부과금을 전액 환급한다.

이로 인해 석유제품 가격이 ℓ당 40~50원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있다.

전자상거래용 경유의 경우 수입량이 15만㎘를 초과하는 경우 수입사에 부과하던 바이오디젤 혼합의무를 면제한다. 공급사 세액 공제율은 0.3%에서 0.5%로 높인다.

전자상거래 시장에 편리하게 참가할 수 있도록 거래보증금 제도를 개선하고 가입서류를 간소화하도록 했다.

거래보증금은 직전주 거래실적이 4만ℓ이상인 전자상거래 시장 참여자에 대해서는 호가당 150만원인 거래 보증금을 면제한다.

한국거래소가 국내 석유제품 유통가격을 투명화하겠다며 야심차게 개설한 석유현물 전자상거래시장도 지난달 30일 개장 이후 18일까지 13거래일 동안 총 거래건수가 고작 20여건(하루 평균 1.5건), 거래량도 휘발유 22만ℓ, 경유 36만ℓ 수준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1만3천여개 주유소 가운데 무려 90%에 달하는 전국의 주유소들이 4대 정유사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에 있어 정유사들의 따가운 눈치를 의식하지 않고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형 정유사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엄격 규제

정유사와 주유소간 전량구매 계약을 불공정거래 행위로 보고 엄격하게 제재한다.

일선 주유소에 전량구매 계약을 강요하는 정유사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주유소가 혼합판매 여부를 표시하지 않아도 표시광고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했다. .

또 '주유소가 상표제품과 타상표 제품을 혼합하여 판매하는 것'으로 혼합판매 정의를 명확히 했다. 혼합 비율은 따로 정하지 않고 당사자간 합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

이에 여러 정유사의 석유 제품을 섞어서 파는 혼합판매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정유사간 또는 주유소간에 가격을 담합하는 지 여부도 지속적으로 감시하기로 했다.

◇캔 석유 제품 판매 등도 검토

정부는 석유제품 유통 체계 개선을 위해 대형마트에서 석유제품을 캔 등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휘발유 이동판매와 소규모(간이) 주유소 설치와 운영 방안도 안전성 문제 등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함께 검토할 전망이다.

또 석유제품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소비자 단체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가격정보는 오피넷과 티프라이스, 컨슈머리포트 등 소비자 사이트에서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