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무역피해 첫 인정… 유사신청 이어질 듯

[재경일보 오진희 기자]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국내 업체가 피해를 봤다는 정부의 첫 판정이 나왔다.

이번 판단은 한·EU FTA에 대한 무역조정 신청의 첫 결론이며, FTA로 경영에 타격을 입은 업체의 유사한 신청이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무역조정 지원 기준이 완화돼 FTA로 피해를 본 기업의 신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식경제부 무역위원회(현정택 위원장)는 22일 306차 무역위원회를 열고 전북 소재 돈육업체 A사가 한·EU FTA로 돼지고기 수입이 늘어 무역 피해를 본 것이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위원회는 FTA 발효 후 품질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싼 EU 산 돼지고기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게 A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2010년 한국산과 EU 산 돼지고기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84.76％와 5.65％였지만 지난해에는 각각 70.98％와 12.22％로 바뀌었다.

지경부는 무역조정지원제도에 따라 A사를 조만간 무역조정 지원기업으로 지정해 지원할 예정이다.

무역조정지원제도는 FTA 상대국으로부터 수입이 급증해 심각한 손해를 입은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융자·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제도로, 6개월 이상 심각한 피해를 보거나 그럴 것이 확실하고 동종 또는 직접 경쟁하는 상품·서비스의 수입 증가가 피해 원인일 때 무역조정지원기업으로 인정한다.

한편, 위원회는 와인 수입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복분자주 업체를 비롯해 한·EU FTA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업체의 신청 3건을 더 심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