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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기름값 비싼데 눈속임까지

[재경일보 오희정 기자] 표시된 정량보다 4~8% 적게 주유되도록 주유기 프로그램을 조작해 억대의 이득을 챙긴 제조·판매업자와 주유소 대표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기름값 고공행진으로 많은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주유소에서 눈속임까지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 서민들의 분노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주유량 조작 프로그램을 개발해 유통한 혐의(사기 등)로 개발자 채모(44)씨를 구속하고 개발자 신모(42)씨와 주유소 대표 이모(42)씨, 김모(31)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또 이모(31) 씨 등 주유소 대표 8명은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아울러 달아난 김모(38)씨 등 판매업자 2명을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표시된 양보다 적게 주유되도록 조작된 프로그램을 주유기 메인보드에 이식하고 이를 판매업자를 통해 수도권 주유소에 공급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채씨 등 제조업자 2명은 지난해 9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사무실에서 정량보다 약 4~8% 적게 주유 되는 조작 프로그램을 개발한 후 해당 프로그램이 이식된 주유기 메인보드 100개를 개당 100만원을 받고 김씨 등 판매업자 2명에게 공급했으며, 김씨 등은 수도권 일대 주유소에 개당 200만~300만원을 받고 이를 되팔았다.

이 주유소들은 개조된 메인보드를 주유기에 설치해 지난 7개월간 약 2억2100만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개발자들은 단속기준인 20ℓ 주유 시점까지는 정상적으로 주유되도록 하고 전원을 차단하면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등 단속에도 치밀하게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주유소 내 경유 배관에 등유 배관을 연결하는 수법으로 가짜 석유를 제조·판매해 3500만원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기술표준원, 한국석유관리원 등 관련 기관과 함께 조작 프로그램 유통경로를 추적하는 등 지속적으로 단속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