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에듀푸어 300만명 돌파… 빈곤층 전락 우려

[재경일보 오진희 기자] 빚에 허덕이면서도 교육비에 과다하게 지출하는 이른바 '교육 빈곤층'이 300만명, 가구로는 82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빈곤층은 '부채가 있고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상태임에도 평균보다 많은 교육비를 지출해 빈곤하게 사는 가구'로 일각에서 '에듀푸어(Education Poor)'라고도 한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평균소득 이하 가구이면서도 평균소득 가구보다 교육비 지출이 더 많아 학원비 등 사교육비 부담으로 인해 결국 중산층이 붕괘돼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조호정 선임연구원 등은 26일 '국내 가구의 교육비 지출 구조 분석' 보고서에서 "2011년 현재 '교육 빈곤층'은 82만4천가구, 가구원은 305만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자녀 교육비 지출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632만여 가구 중 13%에 해당하는 것으로, 연령별로는 40대가 가장 많았고 대졸·중산층이 대다수였다.

조 연구원에 따르면, 교육 빈곤층의 특징은 소득이 적으면서도 소득에서 교육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다하게 크다는 것으로, 지난해 교육 빈곤층은 월평균 313만원을 벌어 자녀 교육비 지출이 있는 전체 가구(이하 전체 교육가구)의 소득 433만4천원에 비해 소득이 120만원이나 적었지만 교육비는 평균보다 더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교육가구가 교육비로 평균 51만2천원을 지출한 데 비해 교육 빈곤층은 소득의 28.5%에 달하는 86만8천원을 써 교육비가 35만원 이상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또 전체 교육가구의 소득 대비 교육비 비중이 18.1%를 훌쩍 넘는 것이다.

특히 사교육비 부담이 극심해 중·고등학교 자녀가 있는 교육가구 전체의 사교육비 지출은 월 48만5천원이었지만 교육 빈곤층은 69만5천원에 달해 사교육비로 21만원이나 더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치원·초등학교 자녀가 있는 가구의 사교육비도 전체 평균이 25만6천원인데 반해 교육 빈곤층은 50만8천원으로 지출 규모가 두 배에 달했다.  

이에 따라 한 달에 313만월을 버는 교육 빈곤층은 교육비 등으로 한달에 381만5천원을 지출해 매월 68만5천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가계수지가 적자를 나타냈다.

결국 교육 빈곤층은 소득은 평균보다 낮은데도 교육비는 오히려 더 쓴 탓에 의식주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지출을 줄이거나 빚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빈곤층의 식료품, 의류, 주거 등 소득 대비 의식주 지출은 29.4%로 평균 32.8%에 못 미쳤으며, 보건·교통·통신·기타 지출 등도 평균보다 0.2~2.8%씩 낮았다.

대출 이자 지출도 평균 15만2천원으로 전체의 12만7천원보다 2만5천원이 많았다. 이는 교육 빈곤층이 가계부채를 더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 빈곤층의 73.3%인 60만5천 가구가 중산층임을 고려하면 학원비 등 과다한 사교육비 때문에 이들이 하위계층으로 떨어지는 등 중산층이 붕괴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조 연구원은 "학력 중시 풍조에 가계부채를 끌어안은 가구조차 자녀 교육에 과도한 지출을 해 생활이 빈곤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초·중·고 과정에서 사교육비 부담이 큰 점을 고려해 공교육 내실을 다져 사교육 필요성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교육 재정을 확충하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로의 진학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