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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임직원 주식투자 전면 금지… 파생상품도 투자금지

[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한국거래소가 임직원의 주식·파생상품 투자를 전면 금지하는 등 대대적인 쇄신책을 내놨다.

하지만 실정법과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어 '졸속'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는 거래소 직원이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의 공시정보를 사전유출해 주식매매에 이용한 사건이 일어난 데 따른 후속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내부조사를 받던 이 직원은 거래소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자 지난달 20일 자살했었다.

거래소는 현재 기업으로부터 공시정보가 접수되면 규정위반 및 광고목적 여부 등을 검토한 뒤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데, 이 직원은 이 과정에서 통상 10여분이 소요되는 점을 악용해 특정 기업의 공시정보를 수차례에 걸쳐 사전 유출한 혐의를 받았었다.

거래소는 7일 자본시장법(63조)에 의해 제한적으로 허용되던 임직원의 주식·파생상품 투자를 전면 금지해 위법매매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에 따르면, 거래소 임직원은 주식 매매계좌를 한 개만 개설하고 분기마다 감사실에 거래 내역을 신고하면 주식투자를 할 수 있다.

거래소 내규에도 근로소득총액의 50% 이하 한도에서 주식투자를 할 수 있다고 명시했을 뿐 투자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거래소는 이번에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주식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정기적으로 투자 여부를 점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법으로 허용되는 주식 투자를 내규로 금지하겠다는 것인데다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도 있다.

차명 계좌로 거래할 경우 적발·제재를 사실상 할 수 없어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거래소는 또 공시정보에 접근 가능한 직원 수를 공시처리부서 담당 라인으로 축소하는 등 열람 가능한 직원의 범위와 권한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현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모두 코스닥 공시 담당 직원과 시장운영팀 직원 등 50여명씩 상장기업 공시를 사전 열람할 수 있지만 앞으로 10명 안팎으로 제한한다는 것.

공시 관련 업무를 맡는 직원은 별도로 분리된 공간에서 근무해야 하고, 순환근무 체계가 강화된다.

또 공시 등 중요정보를 열람한 기록은 1년간 보관한 후 폐기했지만 앞으로는 최소 10년 이상 장기 보관할 계획이다.

공시정보를 다루는 공시부·시장감시부 직원은 근무 중 휴대전화도 소지할 수도 없다. 외부 통화는 사무용 전화만을 사용해야 하며 통화 내용이 녹음된다.

이를 위해 해당 직원의 동의서를 받을 방침이지만 동의서가 반강제나 다름없어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다.

아울러 직원비리 문제를 전담하는 내부조직을 새로 만들어 상시 감찰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전략기획부 양태영 팀장은 "주식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등 현행법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지만 전 직원에게 의무적으로 서약서를 받아 문제의 소지를 막겠다"며 "세부 시행방안을 마련되는 대로 조만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 팀장은 "직원들이 불만을 표할 수도 있겠지만 의혹 없고 투명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쇄신안의 목표"라며 "서약을 어기는 직원은 징계 조치를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거래소는 이에 앞서 기업공시에 대한 직원개입을 배제하기 위해 모든 공시의 85% 가량을 사전 검토 없이 즉각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