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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물건 훔쳐 산속 움막서 생활해온 '30대 타잔' 경찰에 붙잡혀

[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광주에서 한 30대 남성이 3년간 산속 움막에 살면서 생필품을 훔쳐 생활해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공사장과 사무실 등에서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정모(36)씨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5월 20일 오후 10시께 광주 북구 한 공사현장 사무실에 침입해 시가 40만원 상당의 노트북을 훔치는 등 최근 1년간 26차례에 걸쳐 34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현재까지 파악된 최근 1년간의 절도 건으로, 추가 범행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최근 광주 북구 각화동의 한 저수지 인근 야산에 움막을 짓고 사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300m 높이 산 정상 인근에서 정모(35)씨가 거주하는 움막을 발견했다.

움막 안에는 난방용 전기판넬과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망원렌즈, 커피포트, 기타 등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대다수가 지난해부터 인근 공사현장 등지에서 도난 신고가 접수된 물품과 유사한 품목들이었다.

이 움막의 주인은 정씨로, 광주의 한 대학을 중퇴하고 공사현장 일을 전전하다 지난 2009년 5월부터 이곳에 움막을 지어 홀로 거주해왔다고 밝혔다.

정씨는 생계를 위한 먹을거리나 옷가지 등은 대부분 인근 공사현장이나 작업용 비닐하우스에서 훔쳐서 충당했다.

배가 고프면 인근에서 쌀, 라면 2~4봉지, 반찬, 오리 알 등을 훔쳐 끼니를 해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의 집에서는 공사현장에서 훔친 등산화, 구두, 점퍼 등이 발견됐다.

움막 위를 덮고 있는 차광막 역시 지난 8월 말 인근의 비닐하우스에서 훔쳐온 것이었다.

또 씻을 때는 인근 공용 화장실을 이용했고, 인근 전신주 전기를 무단으로 사용하며 살았다. 이공계 출신이었던 정씨는 인근 전신주에 훔친 전선을 연결하는 방법으로 최근 1년간 전기까지 끌어다 쓴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그렇게 훔친 물건으로 고양이 6마리를 키우며 3년 넘게 산속 생활을 꾸려오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정씨는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되면서 3년 반 동안 이어졌던 산속 '타잔' 생활의 막을 내리게 됐다.

경찰은 정씨를 상대로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