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올해 들어 엔화 약세, 외국인 수급 불안으로 조정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관투자자들이 타 투자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관은 통신주를, 외국인은 유통·금융주를 집중 매수해 코스피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기관이 더 재미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인은 '쪽박'을 차며 다시 한 번 '개미지옥'을 체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투자자별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기관이 4.71%로 가장 높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 상위 종목 수익률은 1.57%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 등락률은 -2.56%에 그쳐, 기관 수익률은 외국인보다 3.14%포인트, 시장보다는 7.27%포인트 높았다.
기관 순매수 상위 1∼3위 종목은 현대모비스(3.99%), 삼성생명(8.16%), 현대차(-3.20%)였다.
SK텔레콤(17.70%), KT(3.23%), LG유플러스(9.87%) 등 이동통신 3사의 주식도 3400억원어치 사들였는데, 세 종목의 평균 수익률만 10.27%에 달했다.
특히 CJ E&M 주식을 672억원어치 순매수해 26.79%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하나금융지주(11.81%), KB금융(-0.52%), 현대백화점(-5.66%), 롯데쇼핑(4.37%) 등 유통·금융주를 주로 사들였는데, 기관만큼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특히 기관과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삼성생명 단 1개 종목이 겹칠 정도로 양측의 순매수 종목은 큰 차이를 보였다.
기관은 투자자별 순매도 상위 20개 종목 평균 수익률에서도 -4.55%를 기록해 외국인(-3.84%)을 소폭 앞섰다.
기관이 팔아치운 종목이 외국인 순매도 종목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것은 그만큼 손실을 덜 봤다는 것을 뜻한다.
외국인은 삼성전자(-3.54%), 현대차, 기아차(-8.14%) 등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전차(電車) 종목을 주로 팔았다.
기관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순매도한 가운데 현대중공업(-15.08%), 하나금융지주(-11.81%), 현대백화점 등 외국인이 사들인 종목을 팔았다.
또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보다 다음(19.20%), 파트론(13.55%), 셀트리온(4.78%) 등 코스닥 종목에서 더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개인이 올해 들어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 수익률은 -11.00%로 투자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손해를 보면서 쪽박을 찼다. 개미지옥을 몸소 체험한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 기아차, LG화학 등 개인이 순매수한 상위 1~5위 종목은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과 모두 겹쳐, 외국인이 팔아치운 종목을 개인이 사들였다가 낮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은 "외국인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매매 패턴을 보이는 반면, 기관은 실적이 좋은 종목을 위주로 '모멘텀 플레이'를 하는 성향이 있다"며 "작년 실적이 좋은 업종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좋은 수익률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