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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김정일, 2009년 3차 남북정상회담 먼저 제안"

[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9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먼저 제안한 것으로 18일 밝혀졌다.

그러나 북측이 정상회담 개최에 따른 대가를 요구했고, 우리 정부가 이를 거절해 정상회담이 결국 무산됐음을 간접적으로 시인,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이 2009년 원 총리를 통해 '이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사인을 공식적으로 전해왔다"고 언급했다고 배석했던 최금락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에는 '쌀, 보리 달라'는 식이 아니라 '그냥 만나고 싶다'고 했다"면서 "나는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고 핵 문제에 진전이 있다면 만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원 총리를 통해 김 전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요구했으나, 원 총리가 '저쪽(김 전 위원장)에서 먼저 만나자고 했으니까 장소에 너무 구애받지 않는 게 좋겠다'고 설득해 북한을 방문하기로 한 뒷얘기도 전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김양건 같은 사람이 실무적으로 연락을 해왔으나 (북한 실무자들은) '한국 대통령이 (북한에 오려면) 당연히 대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제까지 해오던 방식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과 김 북한 통일전선부장은 2009년 10월 '싱가포르 접촉'을 통해 구체적인 정상회담 의제들을 조율했으나, 북한 측이 이 과정에서 최소 5억∼6억 달러 규모의 현물을 대가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북측의 대가 요구에 대해서는 "김 전 위원장의 생각이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면서 "(내가)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면 (북측의 요구를 들어주고) 정상회담을 했지, 안 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실무 접촉 과정과 관련해 "당시 '남북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내가 듣기로는 서로 간에 오간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자는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