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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시청률 고공행진으로 그 인기를 실감중인 드라마 ‘야왕’에는 여러 유형의 아픈 사랑이 담겨있다. 그 중 아쉬울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아름다운 외모의 재벌가 장녀 백도경의 사랑은 가슴 깊이 묻어 둔 사랑이며 드러낼 수 없는 사랑이다. 바로 10대 시절 남몰래 낳은 아들 백도훈을 아버지의 아들로 입적시키며 아들이자 동생인 그를 남편처럼 혹은 연인처럼 의지하고 자신의 전부로 생각하며 살아온 백도경의 인생은 그 자체가 슬픔이다.
권상우-수애, 서로의 복수를 위한 사건들이 큰 물결을 이루는 드라마의 전개 속에서 김성령의 모정에 기반한 분노, 슬픔, 그리고 사랑은 시청자들의 숨 고르기를 돕는 잔잔한 물결과 같은 역할을 한다. 가쁜 김장감 속에서 숨 고르기가 되는가 싶더니 또 한편으로 무겁게 자리하는 먹먹함이 시청자들의 감정을 이끌어내며 극중 몰입도를 높여준다.
지난 11일 방송한 ‘야왕’에서 김성령과 정윤호는 서로를 향한 애틋한 진심을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서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힘든 시간을 보내던 도훈은 누나 도경을 bar에서 만나 “누나 고마워. 내가 누나한테 미안하고 고마워”라는 말로 마음을 전했다. “도훈아 너 많이 취했다”라며 도훈을 위로하는 도경은 차마 도훈을 바라보지 못한 채 참지 못한 눈물을 조용히 흘렸다. 도훈의 손을 꼭 잡으며 숨길 수 밖에 없는 그녀의 사랑을 힘겹게 나타내는 도경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또한 도경이 아버지에게 다해의 협박으로 도훈과의 결혼을 승낙할 수 밖에 없었던 일을 이야기 하면서 도훈에 대한 모정과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김성령의 절제된 눈물연기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눈길을 모았다.
특히 김성령은 “도훈이한테 상처 주고 싶지 않았어요. 도훈이한테 너무 미안하잖아요. 낳아만 놓고 지금까지 누나로 살았는데. 그래서 그 아이 입에서 엄마라는 말 한마디 뱉지 못하게 빼앗았는데. 그 애 아프게 할 자격 저한테 없잖아요”라며 슬픔을 토해내는 모습에서 김성령의 섬세하면서도 완벽한 감정연기가 빛을 발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차량폭발 사고로 응급실에 실려간 도훈을 찾으며 도경은 하류(권상우)의 품에서 끝내 참지 못한 울음으로 토해내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제서야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된 도훈이 이대로 죽음을 맞이해 도경의 마음에 폭풍우가 몰아치게 될지, 또 다른 전개로 ‘야왕’의 ‘백학가’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