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16조원이 넘는 이익을 남기는 대박을 터트린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익은 대기업 대주주가 본 것으로 보여, 진짜 개미투자자들의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는 미지수다.
19일 한국은행의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가계·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에서 '주식·출자지분' 규모는 지난해 427조원으로 전년도의 418조9000억원보다 8조1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계·비영리단체가 새로 투입한 주식·출자지분은 -8조원으로, 주식시장에서 8조원을 빼냈는데도 주식자산은 8조1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이는 개인들이 작년 한 해 동안 총 16조1000억원의 이익을 봤다는 얘기다.
가계·비영리단체의 주식·출자지분에는 유한회사 투자분도 있으나 대부분이 주식 투자액이라는 점에서 매매로 시세차익을 얻거나 보유주식 평가액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자금순환표상 가계는 순수한 가계와 소규모 개인사업자를 포함하고, 비영리단체는 소비자단체, 자선·구호단체, 노동조합, 종교단체 등이다. 비영리단체는 주식투자를 거의 하지 않으므로 가계·비영리단체의 관련 자금은 사실상 개인투자자의 것으로 분류된다.
가계가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선방한 이유로는 양호한 주가 흐름이 꼽힌다.
지난해 1,826.37로 시작한 코스피는 연중 1,760선에서 2,040선까지 오르내리다가 1,997.05로 막을 내렸다. 연초와 연말만 놓고 보면 약 9% 올랐다.
이런 가운데 가계의 어디까지를 '개미'로 볼 것인지는 논란거리여서, 가계가 주식시장에서 재미를 봤다고 단순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대기업의 대주주인 개인투자자도 많다"며 "이들을 시장에서 단기간에 치고받는 '진짜 개미'들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상당수 개미는 주당 가격이 비싼 유가증권시장 종목보다는 값싸고 변동성이 높은 코스닥 기업을 선호한 탓에 작년 주가 상승기에 수익을 제대로 챙겼는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