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국내 7대 종단 지도자 중 한 명이며 한국 유림의 수장격인 최근덕(80) 성균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8일 부하직원에게 국고보조금 유용을 지시하고 공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최 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 관장은 지난 2009년 7월부터 3년간 문화체육관광부가 영주선비문화수련원의 '청소년 인성교육 현장교실' 명목으로 매년 8억원씩 성균관에 지원한 국고보조금 중 일부를 유용하도록 총무부장 고모(52)씨 등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북 영주시가 지난 2008년 문을 연 선비문화수련원은 성균관이 국고 지원으로 운영을 맡아 전국 각 기관, 단체를 대상으로 전통문화 체험과 인성교육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최 관장은 또 부관장 10여명으로부터 받은 헌성금(獻誠金) 수억원과 성균관 공금 5000여만원 등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성균관이 운영하는 영주선비문화수련원 직원들의 국고보조금 횡령사건을 수사하던 중 최 관장이 연루된 혐의를 포착했다.
국고보조금 5억4000여만원을 유용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총무부장 고씨는 최근 공판에서 "상부의 지시로 공금을 유용했다"고 진술했다.
또 성균관 교화부장 여모(57)씨는 청소년 인성교육 현장교실과 서원 스테이 등의 사업을 하면서 비용을 과다 계상한 뒤 이를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국고보조금 1억1000여만원을 챙겨 다른 용도로 쓰고 성균관 사업비 가운데 3300여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앞서 성균관 부관장 장모씨는 "최 관장이 부관장 11명에게서 운영자금 명목으로 매년 수천만원씩 걷어온 성균관 자금 25억여원을 아파트 구입 등 개인 용도로 유용했다"며 최 관장을 횡령 혐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했고, 중앙지검은 지난 2월 말 1년간의 수사 내용을 안동지청으로 넘겼다.
최 관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운영자금을 받는 관행은 있지만 횡령한 사실은 없다"며 혐의 내용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균관 내부에서는 헌성금 문제의 경우 최 관장의 품위유지비로 사용한 만큼 이는 종단 내에서 다퉈야 할 부분이지 법적 잣대로 판단하기는 모호하다는 항변도 나오고 있다.
국고보조금 유용도 직접 지시한 바는 없다는 것이 최 관장의 주장이다.
대구지법 안동지원은 9일 오전 최 관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할 예정이다.
최 관장은 올해부터 시작된 제29대 성균관장에 재추대돼 지난 2004년부터 3대째 관장직을 맡아오는 등 장기 집권해왔다.
한편, 한국 유교문화의 본산인 '유림의 고장' 안동지역의 유림들은 청렴의 상징이 되어야 할 성균관의 수장이 돈 문제로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것만으로 전체 유림의 수치라며 발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