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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 1호' 가짜석유 탈루세금 한 해 1조910억원

[재경일보 오희정 기자]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1호로 지목한 가짜석유 유통에 따른 탈루세액 규모가 한 해 1조900억여원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가짜휘발유는 대부분 근절됐지만, 가짜경유는 여전히 활개를 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석유관리연구원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동국대와 공동으로 가짜석유 탈루세액 규모를 조사한 결과, 2011년 10월∼지난해 9월 기준 가짜휘발유 3308억원, 가짜경유 7602억원 등 총 1조91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탈루 추정액(1조728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해당 기간 가짜휘발유 유통량은 36만1022㎘로 국내 전체 휘발유 소비량의 3.3%, 가짜경유는 176만3798㎘로 전체 소비량의 8%에 달하는 것으로 각각 집계됐다.

석유관리원은 지난해 초부터 용제 업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가짜휘발유는 90% 이상 근절했으나 가짜경유는 주원료인 등유의 소비 경로를 추적하기가 쉽지 않아 여전히 활개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탈루 차단율도 가짜휘발유는 80.4%에 이르렀지만, 가짜경유는 14.6%에 불과했다.

석유관리원 측은 "현재 추진 중인 수급보고전산시스템이 구축되면 주유소 거래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가짜경유 유통을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짜휘발유는 산업용 도료·시너 등의 용제와 정상 휘발유를 섞는 용제혼합형으로, 가짜경유는 값이 싼 등유와 정상 경유를 섞는 등유혼합형으로 제조된다.

용제와 등유는 세금이 아예 부과되지 않거나 일반 휘발유·경유 제품에 비해 크게 낮아서 거액의 탈루가 가능하다. 일례로 2만ℓ급 탱크로리 1대 분량을 판매하면 정상 휘발유는 270만원의 이익이 생기는 반면, 가짜휘발유는 7배인 2000만원의 부당이득이 생긴다.

그러나 차량에 가짜석유를 주유하면 엔진 수명 단축, 연비 감소, 출력 저하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유해가스 배출이 늘면서 발암성 물질은 최대 12배, 미세입자는 최대 63배 각각 증가할 수 있다고 석유관리원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