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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도 은행계좌 정보교환 참여 고려… 오스트리아는 거부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유럽연합(EU)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 간 은행 계좌정보 교환에 스위스도 참여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혀 유럽 은행 비밀주의 철폐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U 전문매체 'EU 옵서버'는 스위스 재무부 대변인이 EU의 은행 계좌 정보 자동교환 제도가 '국제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이 제도에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24일 보도했다.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유럽 내 최대 비밀계좌 보유국으로 알려진 스위스가 은행 계좌 정보 교환에 동참할 경우 EU 역내 은행 비밀주의 제거에 큰 진전을 이룩할 것이라고 이 매체는 의미를 부여했다.

스위스가 이처럼 은행 비밀주의 철폐 움직임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조세회피처라는 오명을 가지고는 더 이상 금융업의 발전을 꾀하기 어려워진 상황을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대표적인 조세회피처인 룩셈부르크가 EU의 은행 비밀주의 철폐 움직임에 즉각 동참할 의사를 밝힌 것도 스위스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룩셈부르크 정부는 지난 10일 오는 2015년부터 룩셈부르크 은행이 보유한 EU 시민의 계좌 정보를 자동 교환하는 시스템을 적용할 것이며 이를 통해 각국 정부가 자국법에 따라 과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룩셈부르크가 선제적으로 은행 영업 비밀을 공개할 경우, 다른 조세회피처의 은행 영업방식에도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EU 역내 또 하나의 조세회피처인 오스트리아는 기존 은행 영업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하엘 스핀델레거 오스트리아 부총리는 오스트리아는 조세회피처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은행 비밀주의가 조세회피를 조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은행의 비밀주의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유럽 주요 5개국 재무장관은 각국 은행 간 예금 정보 등을 자동으로 교환해 은행 영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비밀 계좌를 이용한 탈세를 원천 봉쇄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시행하기로 합의하고, 이달 초 EU 집행위원회에 보낸 공동 서한에서 "모든 EU 회원국에 대해 지체 없이 이 프로젝트에 동의할 것을 촉구한다. 유럽은 세금이 숨을 곳을 없애는 자동 은행정보 교환 시스템 구축을 선도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