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기자수첩] 공인인증으로 보험민원 줄여보겠다는 생보협회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금융감독원의 보험민원 감축 방안에 대한 대책으로 생명보험협회가 민원접수 창구를 틀어막는 '공인인증'를 받으라는 기상천외한 대책을 내놨다.

금감원은 홈페이지 로그인조차 없애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생보협회는 공인인증까지 거쳐 접수절차를 까다롭게 해 보험민원 건수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최수현 금감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이 민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보험 민원의 감축을 핵심과제로 선정해 추진하면서, 보험사들은 정확한 보험금 산정, 보험모집 개선 등 올바른 대책 보다는 '보험 특성상 원래 그렇다', '보험사기가 늘어난다', '블랙컨슈머가 많다'는 등 보험 민원이 많은 이유를 소비자에게 돌려왔다.

이에 더해 최근 생보협회는 인터넷 민원 제기는 반드시 공인인증서 본인 확인을 거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금감원에 직접 접수된 민원에 대해 1차적으로 각 사에 자율조정기능을 부여하고 보험설계사가 제기하는 민원은 보험민원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금감원은 오히려 홈페이지도 '로그인' 없이 민원을 신청할 수 있게 개선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소비자가 금융 민원을 신청할 때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요구한다는 문제점을 발견해 이를 개선 조치했다고 밝혔다.

홈페이지 로그인이 필요한 A보험사의 경우 올 상반기 전체 민원 중 2.9%(862건)만이 인터넷으로 접수된 반면, 별도의 로그인을 요구하지 않은 한 B은행은 전체 민원의 56%(470건)가 인터넷을 통해 접수된 것으로 확인돼 로그인이 민원제기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보면 민원접수 창구인 입구를 틀어막는 공인인증은 민원을 확실하게 감축시킬 수 있는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보험민원발생의 원인을 보험상품, 판매, 지급시스템의 정비나 보험설계사 교육강화 등 내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돌리거나 민원을 제기하지 어렵게 해 입구를 막겠다는 근시안적 발상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