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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남양유업 대국민 사과, 진정성 없는 이유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남양유업이 '조폭우유'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회사측의 사과에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구체적인 고백과 인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잘못을 어떻게 저질렀고, 얼마만의 피해를 입혔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이 제대로 된 사과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남양유업이 인정하고 사과해야 할 문제는 크게 다섯가지로 ▲전산조작을 통한 불법적인 밀어내기 행위 ▲유통기한 임박상품 보내기 행위 ▲유통업체 파견사원 임금 떠넘기기 행위 ▲각종 떡값 요구 행위 ▲회사와 가장 가까운 파트너인 대리점주들에게 인격을 짓밟는 억압적인 언어나 고압적인 행동을 일삼은 것 등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은 채,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는 사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보였다.

또한 회사는 국민들에 대한 사과에 앞서 전국의 대리점주들에게 먼저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부터 했어야 했다.

대리점주들은 지난 몇년동안 문제를 제기하고 수차례 항의를 해봤지만,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연락이나 사과를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이 회사측의 사과를 제대로 된 사과라고 받아들일리 만무하다.

전국의 대리점주들에게 가해진 조직적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대리점주에게 특정 직원이 '인격의 문제'로 저지른 일탈행위라는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모습도 문제다.

해당 직원의 행동이 잘못된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가 모든 책임을 일부 직원에게 전가하는 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한 자세로 보일 뿐이다. 따라서 회사측은 전국의 대리점 전부에 대한 실질적인 사죄가 필요하다.

나아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이 사태의 근본적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미봉책으로 대충 넘어갈 것이 아니라, 대리점협의회와 단체교섭에 적극 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