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가 뛰어난 콜롬비아 선수들에 맞서 리틀 태극전사들의 협력 수비와 역습으로 이룬 결과였다. 정신력과 투지도 크게 한몫 했음은 물론이다.
지난 1일 박인비가 US여자오픈대회에서 63년 만에 메이저 대회를 3회 연속 우승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넉 타 차 선두로 시작한 마지막 라운드까지 2위와 격차는 계속 이어졌다. 침묵의 암살자, 돌부처, 포커페이스, 평정심의 여왕 이라 불리는 박 선수의 침착성이 가감없이 발휘된 경기였다. 애칭 모두 카리스마가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요즘 아마추어 골퍼 사이에선 박 선수의 스윙을 따라해야 할지 말지 고민이란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서 분명 어눌한 스윙 자세지만 공은 정확하게 잘 날아간다. 전문가들은 교과서 스윙은 아니지만 박 선수에게 최적화된 스윙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 선수도 SB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 몸에 안 맞는 스윙 폼을 억지로 따라 하는 것보다 자기에게 편안한 자세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스윙 자세에 대한 박 선수의 코칭은 세상 이치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겠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다리 찢어 진다와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정도가 지나치면 도리어 안한 것만 못하다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5개월째 접어들지만 주요 공기업은 물론 민간 증권사까지 인사 잡음으로 시끄럽다. 모 기관은 집단 반발 움직임까지 있다한다. 수장이 없다보니 경영공백 상태가 속출하고 있고 중요한 의사결정도 미뤄져 경제 정책 집행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선임이 청와대 지시로 늦어지고 있고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한국가스공사 사장,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코레일 사장, 우리금융지주 13개 계열사 대표 등 선임이 늦어지고 있는 기관들을 일일이 나열하기 벅차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기업 인사 시스템을 개선키 위해 후임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상반기가 훌쩍 지났는데도 재검토중이라는 답변만 늘어놓으며 개선안을 못 내놓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전후 인선의 난맥상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조직 및 기구 등 구성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당시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대리인 자격으로 발표하면서 인수 위원들은 임무가 끝나면 각자 원래의 상태로 복귀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하지만 상당수 인사들이 예상을 깨고 새 정부로 자리를 옮겼고 아직도 산하단체장에 낙하산 인사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어찌됐든 이번 공기관 인사에는 불통인사, 깨알 수첩 인사 소리가 안나왔으면 한다. 공기관 늦각이 인사가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서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차리리 그럴 거라면 대선에 공헌한 인사들을 대놓고 빨리 하는 게 백번 낫다. 경영공백 폐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박유빈 선수의 원포인트 레슨인 과유불급이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카리스마 넘치는 인사를 국민들은 보고 싶다. 최적화된 박근혜 정부식 돌부처 스윙 말이다. 낙하산 인사와 회전문 인사 그리고 탕평인사 모두 대선 공약집에 나오는 용어들이다.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지 곰곰이 생각하는 주말 아침이다. 국민과 흉흉한 민심이 힌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