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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였다

지난 4일 이집트의 무르시 정권이 집권 1년만에 중도 퇴진했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 이전보다 물가와 실업률이 치솟는 등 경제난이 악화되자 민중의 분노가 다시 폭발한 것이 계기다. 2년 전 이집트는 ‘아랍의 봄’이라 불린 민주화 혁명을 통해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냈다.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한 젊은 20대 과일 노점상이 과잉 단속하던 경찰관에 항의하며 분신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재스민(튀니지 국화)혁명이 촉발됐다. 이 혁명의 기운이 2011년 초부터 들불처럼 번져 단숨에 23년 독재 튀니지 정권을 무너뜨리고 연이어 30년 독재 이집트 대통령과 42년 독재 리비아 대통령을 쫓아냈고, 마침내 11월엔 33년 독재 예맨 대통령까지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그리고 이 중동의 봄바람이 2011년 9월에는 자본주의 경제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뉴욕 월가에 상륙해, 월가 점령(Occupy Wall Street)운동과 합류하면서 지구촌을 ‘분노의 바다’로 내몰고는 현재에 이르고 있다.

‘중동의 봄’으로부터 촉발돼 80여 개 국가 1,500여 도시에 동시 다발로 불어 닥친 ‘점령 사건’모두 ‘1%를 향한 99%의 대분노’였다. 불균형 경제와 소득 양극화가 주범이다. 우리도 여의도 점령사건으로 곤욕을 치뤘고 지난 대선때 경제민주화가 여야 모두 핵심 화두였다. 그간 잠잠하던 점령사건이 이번 이집트 사퇴로 주변국으로 번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7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일감 몰아주기로 30대 그룹 계열사가 총수와 그 일가에 배당한 금액은 총 4천7백원에 달했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은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막는 대표적인 경제민주화법인데 이번 재벌닷컴 조사로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한층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사실 그동안 전경련에선 경기 전망이 안좋을 것이라는 이유로 경제민주화 입법 움직임을 집요하게 반대해 왔다. 거듭 강조하지만 경제민주화와 경기 불황은 전혀 상관 없다. 역설적으로 경기불황일수록 경제민주화를 가열차게 해야한다. 더이상 경제민주화 운동이 경기 불황 논리에 좌우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2012년 여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한 후보가 “문제는 정치야, 바보야”라고 말해서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이 문구는 미국의 빌 클린턴 후보가 현역이었던 조지 부시 대통령과 맞붙은 선거에서 사용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구호에 빗댄 말이다.

여야는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와 함께 일자리 창출에도 매진해야 될 것 같다. 이번 이집트 사퇴가 경제난 가중으로 폭발되었듯이 물건너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항상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였다. 경제민주화가 사회 양극화 해소에 일조하는 것은 자명하다.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 정신을 꿰뚫어 재벌 눈치 안보고 국민만 바라보는 여야 의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